산행 이야기

12/09/01 대간 남진 그 일곱 번째 닭목령에서 백봉령까지(32키로)

송암62 2012. 9. 6. 09:27

 

12/09/01 대간 남진 그 일곱 번째 닭목령에서 백봉령까지

 

 

일 시 : 2012. 08. 31~09.01.(~)

산행거리 : 31.07km

산행시간 : 10시간 15(선두 10:10, 후미 11:40)

산행코스 : 닭목재 ~ 화란봉(1,069) ~ 석두봉(982) ~ 삽당령 ~ 두리봉(1,033)~ 석병산(1,055) ~ 고뱅이재 ~ 생계령(640) ~ 백복령

 

 

 

 

 

 

 

보름 전에 이어 두 번째로 긴 구간에 도전...

 

앞으로 얼마나 더 긴 구간이 배정될지 모르지만 30키로 이상이면 시속3키로를 예상해도 10간이 넘게 걸리는 거리다.

 

 

그러나 이번 구간은 지난 구간에 비해 거리는 짧지만 난이도는 훨씬 더 높다.

보통 닭목령에서 삽당령까지 5시간 정도, 그리고 삽당령에서 백봉령까지 7시간 정도 합계 12시간 이상 예상되는 곳...

내 개인적으로는 지난 4기때 백봉령에서 삽당령까지는 폭설로 인해 중간에서 포기해야했던...가슴아픈 사연이 있는 곳...

 

 

드디어 9월로 접어들어서 일까...

아니면 며칠 전 연이어 불어닥친 태풍으로 인해서 일까...

기온은 많이 내려가 새벽엔 다소 쌀쌀하다는 느낌마저 드는 날씨의 연속이다.

 

 

지난주에 이어 지속적으로 살펴온 현지 기상예보는 강수확률 20%를 포함한 구름많음이다.

 

베낭을 메고 사당으로 가기 위해 버스타고 과천을 지나가는데 비가 쏟아진다.

 

 

이런~! 우산도 준비하지 못했는데... ㅠㅠ

아니 그보다 더 우리가 산행하게 될 닭목령은...

 

그러나 스마트폰으로 살펴본 현지 기상예보는 여전히 구름많음이다.

 

 

제발 맞아라 ...

제발 맞아다오...

 

항상 그렇듯 정시에 모든 일행을 태운 버스는 새벽1시경 강릉휴게소에 도착하고...

 

서울에서 잠깐 쏟아지던 비는 여기선 다행히 구경할 수 없고 이곳은 정말 구름 많음이다.

 

하늘을 보니 구름사이로 보름을 앞둔 둥근달이 환하게 대지를 비추고 있다.

 

 

이윽고 들머리인 닭목령에 도착...

역시나 구름많음 그대로다.

오직 감사할 따름...

 

채비를 갖추고 드디어 출발하니 02:18...

 

 

오늘의 코스는 닭목재를 출발해서 화란봉(1069)을 지나 석두봉(982m)을 찍고, 삽당령에 도착 그곳에서 아침을 먹고

두리봉(1,033m)과 석병산(1,055)을 오르고 고뱅이재를 넘어 생계령(640m)을 찍고 백복령까지 진행하게 된다.

 

 

이곳 닭목령에서 맨 먼저 만나게 되는 봉우리인 화란봉(1070)까지는 대략 1.9키로 정도...

급경사의 오름길을 약 40여분 걸려 올랐다.

 

 

그러나 화란봉엔 별도의 정상석이나 표지석이 있는 것이 아니고,

그냥 보통 나무에 누군가 친절하게도 인쇄해서 묶어놓은 것이 전부다.

 

 

짙은 어둠 속에 아무 것도 보이질 않고, 비록 가파른 된비알을 올라챘으나,

아직 산행시작이라서 그런지 곧바로 출발한다.

 

 

리딩하시는 천문대장님이 석두봉에 가서 쉬자고 한다.

 

여기서 석두봉까지는 대략 6키로 정도...

 

그러나 약 350여미터의 가파른 된비알을 치고 올라왔던 방금 전보다는 다소 쉬운

100~150여 미터의 높이를 두 번 정도 오르내리고,

50여 미터의 오르내리막을 진행하면 되는 평이한 구간...

 

아니 석두봉까지만 그런 것이 아니라 삽당령까지 계속 완만하게...

상대적으로 내리막이 더 많은 비교적 수월한 진행이 될 예정이다.

 

 

어쨋든...

화란봉을 출발하여 내리막을 지나 다시 오르막을 치고 올라가 1010봉을 지나고...

다시 완만한 내리막으로 접어들어 평이한 숲길을 한참 진행하다 오르막을 올라채니 989...

여기서 우회전하여 남쪽으로 이어진 내리막길로 접어드니 완만한 마루금 좌우로 산죽이 울창하다.

 

 

서서히 여명은 밝아오고...

 

 

그런데

이곳은 사람이 자주 찾는 산은 아닌 듯 이정표가 별로 없다.

출입금지구간이 아닌데도 ...

 

마치 지난번 갈...머시기봉을 생각나게 하는 듯...

오르락과 내리락 만 반복될 뿐 석두봉은 좀처럼 얼굴을 내밀지 않는다.

 

 

그렇게 얼마나 진행했을까...

수시로 확인하던 gps기록으로 대략 석두봉에 근접했다고 판단될 즈음...

 

어둠속에 가파른 바위길이 나오면서

여기저기 계단설치를 하려는 듯 자재들이 보이고, 기초를 설치한 흔적들이 보인다.

 

 

아마 여기도 급경사지역이라 안전과 자연보호를 위해 계단을 설치하려나 보다.

 

다음 번에 여길 온다면 우린 이 계단을 이용하게 될 듯...

 

이윽고 바위위로 올라서니 여기가 바로 석두봉(995)이다.

 

현재시각 4:55

진행시간 2:33

진행거리 7.7키로...

 

 

지난 겨울 눈으로 덮여 그냥 지나쳤던 곳...

 

그러나 오늘도 역시 워낙 공간이 비좁아 모든 산우들이 동시에 서 있을 수 없어

후미를 위해 인증샷도 없이 그냥 지나친다.

 

 

그리고 바로 아래 경사진 곳에서 대충 걸터앉아 간단하게 요기를 한다.

 

지도상으로 보면 여기서부터 아침을 먹기로 한 삽당령까진 대략 6키로 정도 남았다.

 

지난 겨울 폭설로 인해 우린 이 구간(삽당령에서 닭목령까지)830분만에 종주했었다.

 

 

또 다시 오기가 넘쳐난다.ㅋㅋ

이제 남은 거리 대략 6키로...

 

비교적 내리막이 많으니 시속4키로 정도로 달리면 충분히 4시간 내에 주파할 수 있고,

그러면 지난 겨울 우리를 힘들게 했던 것을 깨끗이 설욕할 수 있으리라.

 

 

여기까지 생각을 정리하고 빵과 우유로 허기를 달래고서 다시 출발하여. 이어진 급경사의 내리막길을 내려간다.

여기도 역시 한창 계단공사를 진행하려는 듯 여기저기 지주설치를 위한 콘크리트 기초가 눈에 들어온다.

 

그러나 아직도 어둠은 깔려있고, 가파른 등로는 습기로 인해 다소 미끄러워 안전을 위해 조심조심 바위길을 내려간다.

 

 

가파른 내리막에 이어 다시 또 예상된 오르막 끝에 978봉을 만나고...

 

이어진 길은 예상대로 그저 그런 능선길...

 

그렇다고 평탄한 내리막만 있는 것은 아니다.

백두대간길이 아무리 평탄하다고 해도 산길은 산길...

아무리 쉬워도 오르막과 내리막의 연속이고 아무리 넓다고 해도 임도일 순 없는 숲길...

 

 

들미재를 지나 산불방지를 위해 벌목된 초지대도 지나고,

임도로 내려섰다가 다시 또 숲으로 들어서서 진행하다보니 드디어 삽당령에 도착...

 

현재시각 06:35

진행시간 04:13

진행거리 13.5키로다.

 

 

지난 겨울 이곳 삽당령에서 닭목령까지 830분이 걸렸었는데...

딱 절반으로 짤랐다. ㅎㅎ

통쾌한 복수다. ㅋㅋ

 

 

ㅎㅎㅎ

참 아이러니하다...

산은 그대로 있는데...

혼자서 이런저런 잣대를 들이밀며, 복수니 뭐니 하고 있는 내 모습이란...

극소심한 사람임을 스스로 자인하는 꼴이라 해도 기분이 좋은 건 어쩔 수 없다.

 

 

이어 가장 즐거운 식사시간...

 

 

인간에게 있어...

아니 동물에게 있어 가장 원초적인 욕구가 식욕, 색욕, 수면욕이라고 들었다.

그 중의 으뜸인 식욕아닌가.^^

 

 

어쨋든 끼리끼리 모여 아침을 먹는다.

누구는 밥을 ...

누구는 빵을 ...

또 누구는 음료를...

 

 

문득 어느 카페에서 도시락을 싸온 사람들이 모두 밥과 반찬을 한데 모아

비빔밥을 만들어 먹는 것을 사진으로 본 적이 있다.

우리도 한번 해 봤으면 하는 생각이 문득 든다. ㅋㅋㅋ

 

그러려면 일단 반찬이 나물이나 김치 그리고 멸치 등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상념 속에 밥을 먹고 있는데, 거보대장님의 선두 출발 준비하는 소리가 들린다.

 

 

! 그렇지!

우린 이것이 있었지...ㅠㅠ

속도전 ...ㅠㅠ

 

우린 아침식사 시간이 길다.

길어도 너~~~~~~~~무 길다. ㅠㅠ

 

 

그래서 단체 비빔밥을 해 먹기엔 다소 벅차다. ㅠㅠ

 

 

담엔 아침식사시간을 조금 조정해보자고 건의라도 해 봐야 할 모양...

그러나 그 가능성은 거의 희박...

 

 

이유는 간단하다.

어떻게 먹던 자유이고...

지금부턴 자유산행인데...

선두그룹을 이끄시는 거보대장님이 밥을 안 싸오고 그냥 빵으로 때우시고...

그 뒤를 쫒는 들플형님은 도시락이지만 후다닥 먹고 쫒아가는 바람에 언제나 시간이 빠듯하기에...ㅠㅠ

 

 

하여튼 즐거운 아침 식사가 끝나고...

본격적으로 선두그룹이 출발준비를 서두른다.

 

 

다 먹고 난 도시락을 베낭 속에 넣고, 벗어두었던 신발을 신는 사이,

거보대장님과 들플형님, 백갈매기형님은 저만치 들머리에서 인증샷을 찍고 있고,

그 뒤를 허구현님이 따르고 있다.

 

 

이런~!

또 선두를 뺏겼군...ㅠㅠ

 

재빨리 주변을 살펴보니 얄개형님은 아직 출발 준비 중이시고,

특부형님은 쿠키누님과 아직 식사중이시고...

 

그런데 경태형님이 없다.

보이지 않는다.

벌써 출발했나 보다.ㅠㅠ

 

 

서둘러 배낭을 메고 얄개형님 내외와 지그림자형님과 함께 들머리로 들어선다.

 

여기서 두리봉까지는 대략 4.5키로 정도...

처음 시작과 중간부분에서 된비알이 있다.

 

 

지난 겨울에도 아침식사 후에 이곳을 오르느라 힘들었었지...

하는 생각을 하며 천천히 호흡을 조절하며 오르기 시작한다.

 

 

첫 번째 된비알을 무사히 넘기고 비교적 평탄한...,

그러나 양 옆으로 급경사인 좁은 능선 길을 진행하는데

우리를 바짝 뒤따라오던 얄개형님 내외가 처지기 시작하고...

 

나와 지그림자형님 둘이서 선두를 향해 부지런히 걷기 시작한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아카데미님과 버팔로형님이 무서운 속도로 쫓아온다.

 

 

헐~!

지난번엔 살방산행을 진행하더니

드디어 버팔로형님과 아카데미 내외분이 속도전에 뛰어 들었나 보다.

 

 

지난 겨울엔 온통 하얀 눈으로 덮여 지형을 분간할 수 없었던 곳이,

오늘 보니 산죽이 많이 자생했던 지역이었나 보다.

 

 

그런데 희한하게 산죽만 죽고 다른 잡목들만 무성하게 자라고 있다.

 

이윽고 두 번째 된비알도 무사히 넘고, 앞서가시던 경태형님도 만났건만

그러나 언제나 그렇듯 거보대장님 일행은 보이지 않는다.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슬며시 부아가 치민다. ㅠㅠ

 

언제쯤 되어야 선두그룹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걸을 수 있을까...

 

 

그나마 대간길이 잡목이 울창하지 않아 천만다행이라고 생각된다.

 

어찌어찌 숨을 헐떡이며 진행하다보니, 낯익은 정상이 보이는데 틀림없이 두리봉이다.

가까이 다가가니 두런두런거리는 사람들 소리도 들린다.^^

 

 

오호~! 두리봉이다.

그리고 거보대장님과 함께 온 선두일행이 여기서 쉬고 계시구나.

 

 

마지막 피치를 올려 두리봉 정상에 올라서니 휴식을 막 끝내고 떠나려는 거보대장님 일행과 조우한다.

 

간신히 거보대장님께 인증샷을 부탁하고 선두에 합류한 기념으로 떼사진도 찍고...^^

 

 

다시 또 선두가 출발하니 같이 따라 나선다.

그러나 이내 또 다시 선두는 저만치 앞서가고...

 

 

새벽녘에 벌써 두 번이나 미끄러져 넘어진 나는 내리막길에서 또 다시 미끄러질까봐 속도를 내질 못한다.

 

두리봉에서 석병산까지는 1.7키로 정도...

 

 

그러나 우린 그 길을 지난 겨울 폭설로 진행하지 못했었다.

아니 두리봉에서 석병산까지만 못한게 아니라

두리봉에서 석병산을 지나 생계령을 찍고 백봉령까지 모두 다 하지 못했었다.

 

 

오늘은 그 원수를 갚아야 한다.

내 이노무 폭설에게 앙갚음을 해야 한다.

 

 

가파른 내리막 뒤에 약한 오르막,

그리고 다시 깊은 내리막 뒤에 가파른 오르막을 올라채기를 두어번 하고나니,

좌측으로 석병산 0.7키로를 나타내는 이정표를 만나고,

다시 또 이어진 오르막과 내리막을 반복하니 드디어 석병산 삼거리다.

 

 

바위로 되어 있는 석병산에서 먼저 온 선두그룹과 다시 만나 인증샷을 날리고,

이어서 바로 아래에 있는 일월봉도 구경한다.

 

 

정말 신기하게도 둥그렇게 뚫린 구멍사이로 들이치는 바람이 순식간에 땀을 식혀준다.

 

인증샷과 함께 간단하게 요기도 하고 충분히 휴식을 취한 후 또 다시 출발...

 

 

삼거리로 나오니 뒤이어 오시는 얄개형님 내외분을 만난다.

 

항상 형수님이 앞장서고 얄개형님이 뒤따라 오시는데,

오늘따라 형님이 먼저 앞장서는 것을 보니 아무래도 오늘은 형수님 컨디션이 정상이 아니신 듯...ㅠㅠ

 

 

석병산을 뒤로하고 이어진 헬기장에서 인증샷을 날린 후 가파른 내리막길로 접어든다.

 

 

그런데 난 오늘 유달리 내리막에서 약한 모습을 보인다.

계속 미끄러지다보니 더욱 조심하게 되고 속도는 더더욱 더뎌지고...

 

 

아무래도 담 구간부터 다시 스틱을 가지고 다니든지 해야지 안되겠다. ㅠㅠ

 

우여곡절 끝에 내리막을 지나 다시 오르막을 올라 남봉(916)을 넘고 고병이재를 지난다.

 

 

여기서 좌측인 동쪽으로는 석회동굴이 많이 있다는...

 

다시 말해 이곳은 석회암 지대로 대표적인 카르스트 지형이라고 한다.

 

 

참고로 카르스트 지형이란 석회암 대지에 발달한 침식지형으로,

석회암의 주성분인 탄산칼슘이 물에 녹아들어 카렌펠트, 돌리네, 종유굴 따위를 만들고,

크로아티아의 카르스트 지방의 지형에서 유래한 이름이라고 한다.

 

 

어쨋든 생계령까지는 앞으로 대략 4.5키로 정도...

 

그리고 오늘의 날머리 백봉령까지는 대략 9.5키로 정도 남았다.

 

 

완만한 내리막과 이어진 오르막으로 900봉을 넘고

또다시 이어지는 오르내리막...

 

 

그러나 이정표는 없고 오르는 봉우리도 이름마저 없다보니,

그냥 오르면 오르는대로 내려가면 내려가는대로 아무 생각없이 진행한다.

 

 

그나마 구름많음이란 기상청의 예보대로 구름이 많아 태양을 가려주니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경치라도 좋아야하는데 이 구간에서는 볼만한 경치도 없다.

 

 

그러고 보니 왜 이정표가 없나 했더니, 이렇듯 구경할 만한 것이 없다보니,

대간꾼 이외에 일반 산우들에겐 잘 찾지 않은 지역이라는 것도 한 몫을 한 듯...

 

어쨋든 오르내리막을 반복하며 가파른 비탈에 또 넘어지며,

지난번 설태 때 다쳤던 새끼손가락을 또 다치고 손바닥에서 피를 보고서야

이번엔 정말 신발을 개비해야겠다고 굳게 다짐한다.

 

그렇게 어렵게 내려섰다가 다시 또 오르막을 만나면 다시 또 내려갈 걱정이 먼저 든다.

 

그렇다!

오늘은 완전히 정반대다.

 

다른 때는 내리막을 내려갈 때 오르막을 걱정했는데,

오늘은 오르막이 걱정되는 것이 아니라 내리막이 걱정된다. ㅠㅠ

 

그렇게 어렵사리 우여곡절 끝에 드디어 생계령에 도착하고...

 

인증샷과 함께 잠깐 숨을 돌리면서 나머지 구간에 대한 분석을 해보니,

남은 거리 약 5키로 정도에 가파른 오르막이 세 개나 보인다.

 

두개는 100이상이고 가운데 한개는 대략 50미터를 상회하는...

 

그러나 고민은 그 뿐 또다시 진행한다.

 

문득 매뉴얼형님의 말이 생각난다.

 

어차피 오늘 내가 가야할 길...

다른 사람이 대신해 줄 수도 없는 길...

그리고 오늘 안에 가야할 길...

 

우리네 인생살이도 이런 것...

비슷하게 사는 것 같지만 다들 나름대로의 독특한 삶을 살고 있고...

인생자체가 생방송이듯,

지금 이 순간 내가 처한 상황 역시 그 누가 대신해 주거나 연습할 수 없는 실황인 것을...

 

급하게 서둘 필요도 그렇다고 미리 기죽을 필요도 없는...

담담함...

초연함...

 

그렇게 생각하고 첫 번째 봉우리를 넘고 잠시 휴식을 취하고,

두 번째 봉우리도 넘고 또다시 휴식을 취하는데...

 

거보대장님 무전기에서 천문대장님의 음성이 들린다.

뒤에 환자가 발생했는지 진통제를 두고 가라는...

 

애뫼형님과 같이 오신 분이 넘어져 부상으로 뒤에 쳐졌단다.

 

크게 다치지 않았길 바라며, 약을 나무에 매달아두고 그대로 진행...

 

드디어 마지막 오르막인가 싶은 봉우리가 앞에 나타나는데 그 위용이 장난이 아니다.

끝이 보이지 않는 계단 행렬에 기가 꺾일까봐 고개를 푹 숙이고서 묵묵히 진행한다.

여태까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던 허구현님도 많이 힘이 드는 듯 걸음걸이가 무겁다.

 

그러나

태산이 높다한들 그 끝이 있는 법...

계단도 끝이 나고 드디어 철탑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철탑이 보인다는 것은 이제 날머리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

서둘러 진행하니, 임도가 나오고,

그러나 지난 겨울 우리가 진행했던 마루금은 출입금지 되어있다.

 

다름 아니라 며칠 전 산사태로 인해 소중한 인명을 두 명이나 잃었던 것...

 

건설업에 종사하는 입장에서 콘크리트의 주재료 중의 하나인

시멘트 생산을 위한 석회석을 채취하는 것을 무작정 반대할 수도 없고...

 

최근 알게 된 우리의 소중한 대간길 종주에 있어서

그 허리인 자병산을 통째로 잃은 것 또한 너무나 가슴아픈 충격이다.

 

이곳 자병산을 보면 백두대간의 장례식장에 온 듯한 기분이라는 어느 대간꾼의 말처럼...

나도 지금 그와 비슷한 감정으로 그 현장의 중심에 서 있다.

 

시멘트의 원료가 된다는 석회암 채굴을 위해 자병산이 통째로 없어진 곳에

백두대간 수목조성운동을 한다는 한라시멘트의 안내판이 서 있다.

 

백두대간 보호에 관한 법률까지 있는 나라에서,

대간 종주꾼이 대간을 훼손한다며, 툭하면 대간 진입을 막고 있는 상황에서,

대간길에 있는 산을 몇 개씩이나 통째로 없애며, 공사를 하고 있다는 현실이 너무 가슴이 아프다.

 

4개강 살리기라는 이름으로 중장비로 뭇 생명의 터전인 강바닥을 모조리 훑어버리고,

보를 만들어 강물을 가둔 후, 시멘트로 도배를 하여

결국을 강과 강에서 서식하는 모든 생명을 죽이려 하고 있는 위정자들이,

이번엔 중장비로 길을 내고 개발하면서 백두대간 살리기 운동을 한다고 할까봐 겁이 난다.

 

어쨋든

우린 할 수 없이 임도따라 계속 진행하여

드디어 날머리인 백봉령 주차장에 도착하니 저 멀리 우리가 타고온 버스가 보인다.

 

그리고 바로 앞서 도착한 거보대장님과 들플형님, 백갈매기형님도 보이고...

 

나와 허구현님은 같이 진행해 온 지그림자형님께 동시에 날머리에 도착하는 인증샷을 부탁하고...^^

 

그렇게 오늘 산행을 마무리하고 있는데,

무전을 통해 천문대장님이 진통제를 못 찾았다는 연락이 왔단다.

 

무슨 일일까.

분명히 나무에 걸어두었는데 도대체 누가 치웠단 말인가.

분명히 오는 길엔 우리 산우들밖엔 없었는데...

 

어차피 거보대장님께서 맥주를 들고 카페영업을 나서려고 했으니,

이 참에 약을 가지고 같이 따라 나선다.

 

그리고 나아가 앞으로 카페 영업권을 대장님으로부터 인수인계 받기위해서...ㅋㅋㅋ

 

맨 처음 만난 분은 역시 얄개형님 내외분...

 

그러나 도착지점이 얼마남지 않아 그냥 보내고...

 

이어 매뉴얼형님과 홍원님과 아끼라님을 만나 한잔씩을 팔고...

이어서 특부형님과 쿠키누님이 합세해서 순식간에 한 병이 동이 난다.

 

 

다음 박군님과 박군짝꿍님

그리고 오르막 계단에서 바이올린님과 푸른향님 곧이어 으뜸상수형님까지 만나고

계단을 올라서서 철탑근처에 올라서니 에코회장님 가을양님을 만나고

그리고 경태형님과 짱님도 만나고...

맨 마지막으로 천문대장님과 온당님, 그리고 애뫼형님과 그 동료분이 가파른 계단을 올라오고 있다.

 

 

션한 맥주한잔으로 목을 축이고 다시금 힘을 내서 날머리로 돌아오니,

지난 구간 내기에 당첨되신 경태형님이 사온 수박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오늘도 한 구간을 멋지게 완료한다.

 

 

<추신>

도대체 약은 누가 치웠을까.

나중에 알고 보니 약을 다 걷어오신 분은 바로 경태형님이시란다.

지난 산행동안 장거리만 하면 무릎이 안 좋다고 하여 계속 뒤로 처지셨는데,

이번에도 마찬가지였고 마침 걸려있는 약과 비상식량들이 자기를 위한 것인 줄 알고 다 걷어 오셨다나...ㅋㅋㅋ

 

===================================================================================================

 



 

 

 

강릉휴게소에서 바라본 하늘... 구름많음...

 

 

들머리인 닭목령에서 채비를 꾸리고...

 

 

보름전에 다녀간 곳... 닭목령 표지석은 여전하고...

 

 

등산로 안내 지도도 여전하고...

 

 

장승도 여전하다...

 

 

삽당령을 향해 드디어 출발...

 

 

된비알을 올라 맨먼저 오른 봉우리 ...

 

 

화란봉이란다...

 

 

다시 또 진행... 녹색 머리띠가 나다....

 

 

석두봉도 지나고 삽당령으로 향하는 능선길... 여명은 밝아오고...

 

 

드디어 삽당령 도착...

 

 

삽당령 표지석...

 

 

끼리끼리 어울려 밥을 먹고...

 

 

본격적으로 자유산행 출발... 삽당령에서 출발하면서...

 

 

 

식사후 올라온 첫번째 봉우리 두리봉... 작년 겨울 눈으로 인해 여기까지 밖에 진행하지 못했다.

 

 

두리봉에서의 인증샷...

 

 

선두그룹과 함께... 내 앞쪽 세사람이 우리 동네 사람들이다.

들플님(나와 같은 상의입으신 분 60세가 넘었다), 허구현님(빨간머리띠), 백갈매기님(까만모자)

 

 

석병산 삼거리...

 

 

석병산에서 바라본 전경...

 

 

바로 앞 바위 위...저 곳이 석병산 정상...

 

 

방금 사진 찍은 장소에 서서...

 

 

석병산 정상에서 인증샷...

 

 

또 한 장...

 

 

역시 선두그룹끼리 석병산 정상에서 떼사진...

 

 

석병산 표지석...

 

 

석병산 바로 아래에 있는 일월문...

 

 

둥그렇다... 그런데 바로 아래는 낭떠러지... 이 곳을 통해 불어오는 바람이 무척 시원하다.

 

 

일월문에서 떼사진...

 

 

다시 또 석병산 삼거리로 내려와서...

 

 

석병산에서 생계령으로 향하는 길에 헬기장에서...

 

 

석병산 안내문...

 

 

또 하나의 봉우리에서 잠시 휴식과 간식을...

 

 

저멀리 하얀 부분이 백봉령 근처... 사라진 자병산 터....

 

 

땡겨보았다...

 

 

석회동굴이 많이 있다는데... 나중에 확인해 보기로 하고...

 

 

드디어 생계령이다.

 

 

생계령 표지목...

 

 

그리고 인증샷...

 

 

백봉령을 향한 첫번째 봉우리를 올라서는...

 

 

이 곳 지형에 대한 설명도 있다...

 

 

마지막 계단... 자고로 오르막엔 고개를 푹 처박고 진행하는 것이 장땡...ㅠㅠ

 

 

드디어 백봉령이다... 출입금지로 인해 임도로 우회하기로...

 

 

드디어 날머리에 허구현님과 같이 동시에 도착...

 

 

날머리 백봉령 표지석에서 인증샷...

 

 

또 한장...

 

 

떼 사진... 함께한 선두그룹...

 

 

화이팅도 외쳐보고...오늘도 이렇게 한 구간을 마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