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7/21 대간 남진 그 네 번째 조침령에서 구룡령까지
▷ 일 시 : 2012. 07. 20~21.(금~토)
▷ 산행거리 : 22.50km
▷ 산행시간 : 8시간 30분(선두 7시간30분, 후미 9시간)
▷ 산행코스 : 조침령(796) - 옛조침령봉 - 연가리골 갈림길 - 왕승골 삼거리(1038) - 갈전곡봉(1204) - 구룡령(1013)
오늘의 대간코스는 조침령에서 시작해서 크고 작은 이름없는 봉우리를 수 없이 넘고 넘어 이 구간 최고봉인 갈전곡봉(1204)을 지나 구룡령까지 진행한다.
예상 산행거리 도상거리 18.5키로, 실거리 21.25키로(갈전곡봉이정표기준), 접속구간 약 1.2키로...
설악산과 오대산 사이에 위치하고 있고 대부분 육산으로 높낮이가 비교적(?) 완만한...
남진방향으로 오른쪽은 대표적인 오지인 아침가리와 연가리가 위치한 원시림이 가득한 구간...
왼쪽으로는 55번 국도와 나란하게 진행하며 언제든 탈출(?)이 가능한 비교적 평탄한 구간...
수 많은 봉우리들이 있지만 워낙 오지라서 그런지 사람들의 출입이 거의 없다보니,
칡이 많다하여 붙여진 갈전곡봉을 제외한 나머지 봉우리 등은 이렇다 할 이름도 얻지 못하고 그냥 고도에 따라 명명될 뿐인 그저그런 밋밋한 구간...
그러나 내겐 특별한 의미로 이 구간이 기억된다
지난 겨울 대간 막바지에 폭설로 발이 묶여 차일피일 미루다가 4개월 전인 3월 중순경 더 이상 미루지 못하고 우린 이 구간을 장장 14시간 걸려 러셀하며 북진했었다.
그 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아찔하다 ㅠㅠ
당시 나름 최강의 대간팀으로 불리길 자부하던 우리 팀인데, 때 마침 5명의 핵심 러셀꾼이 불참하면서 위기를 맞았으나,
그러나 우리는 이에 굴하지 않고 기어이 완주해 냈었다.
그 날의 감격이란...
그러다보니 지금 맞이하는 이 구간이 감회가 새롭다.
러셀로 14시간 걸렸는데 지금처럼 눈이 없다면 ...
까짓거 7시간 안에 못 가랴 싶다.
잔뜩 호기를 부려보는 내 맘을 아셨는지,
그러나 리딩하시는 대장님이 만만하게 볼 구간이 아니라고 경고(?)하신다
이 구간의 경우 북진시는 상대적으로 내리막이 많아 중하의 난이도이지만,
남진시는 내리막보다 오르막이 많다보니 대체로 나름 중상의 난이도란다
그러나...
점봉산처럼 500미터 이상 계속 치고 올라가는 된비알도 없고...
설악산 공룡능선처럼 가파지르는 암릉구간도 없는데...
나 혼자서 고도표와 지도를 봐가며 나름대로 분석한 바에 따르면...
300미터 정도의 된비알이 2개 있고...
100~200미터의 된비알이 십여개...
50미터 미만의 고만고만한 높낮이가 수십여개...
그동안 산전수전(?)까지는 아니지만,
나름 백두대간을 20여 구간 이상 겪어봤던 입장에서 크게 염려되는 난이도는 없다고 판단되는데...
왜 대장님은 만만하게 보지 말라고 하실까 ...
암만 생각해도 내가 봤을 때는 난이도를 중하정도로 보고 싶은데 말이다.^^
하여튼 우리를 태운 버스는 새벽 02시50분경에 조침령터널에 도착하고...
서둘러 출발 준비를 마친 우리는 일사불란하게 버스에서 내려 출발하니 새벽 03시다...
하늘의 별들은 하나도 안 보이는데 다행히 비도 오지 않는다
비만 오지 않는다면 무서울 게 없다는 생각 때문인지 더욱 더 의욕이 앞선다.
임도따라 오르는 길...
시작은 천천히 후미에서 시작했으나, 어느 순간 가다보니 선두에 선 대장님 뒤에 서서 들머리에 도착한다.
잠시 후미가 오길 기다렸다가 대장님이 이끄시는 선두가 들머리로 진입하길래 아무 생각없이 따라가려는데 지그림자 형님이 내 어깨를 잡는다.^^
늘 그렇듯...
아침 먹기 전까진 단체행동이니 천천히 진행하면 되지 뭘 앞서가려고 하느냐는 듯...^^
나도 빙긋이 웃고 지그림자 형님과 같이 후미에 서서 진행한다. ^^
지난 북진 때 지나오던 눈 덮인 나무데크가 이젠 맨살(?)로 우리를 맞는다.
약간은 생소하다.
지난 날 눈에 덮여있던 광경과 전혀 매치가 되지 않는다.
야트막한 오르막 뒤에 경사진 내리막...
그리고 다시 또 오르나 싶었는데, 다시 또 내리막...
그런데 그 내리막이 제법 길다 싶더니...
선두가 멈춰선다
“야! 송암! gps확인해봐!”
선두에서 나를 찾는 소리...
얼른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미리 입력해 둔 gps를 확인해보니 ...
‘이런~! 알바다! ㅠㅠ’
대충 딱 봐도 500미터 이상을 잘못된 길로 내려왔다 ㅠㅠ
정상에서 내리막으로 접어들 때, 우측으로 꺾어진 길로 진행했어야 하는데, 직진에 가까운 좌측길로 진행했던 것...ㅠㅠ
“알반데요! ㅠㅠ
500미터 정도 후진해야겠습니다. ㅠㅠ”
현재 진행거리 2.3키로...
현재시간 03시40분경...
접속구간인 임도 1.2키로를 제외하면 그야말로 산행초입부터 알바한 것...ㅠㅠ
이것도 우리 대간길의 기록이라면 기록이 될 사건...ㅋㅋ
어쨋든 단체로 알바하고서, 대장님이 다시 선두로 올라오고, 이어 우린 뒤로돌아 후진하다보니, 새삼 지그림자님의 후미로 가자는 제안에 감사할 뿐...ㅋㅋㅋ
이 감사의 기분은 알바해본 사람만 알 수 있다. ㅎㅎ
알바한 길을 돌아가는 길은 그 거리의 길고 짧음을 떠나 엄청나게 힘 빠지게 한다.
“야! 송암! 너 네비(네비게이션) 수시로 확인 안 해!
이렇게 길게 알바하도록 뭐 한거야...“
버팔로다형님이 일갈(?)하신다.^^
우렁찬 목소리가 모르는 사람이 들으면 무섭게 화내는 것으로 알 수 있지만, 내겐 정겨움으로 들린다. ^^
아카데미님은 한 술 더 떠서 수시로 네비 확인해서, 코스를 이탈하면 '에~앵' 하고 사이렌 소리를 외치란다. ^^
한참을 진행하다가 '잘 가고 있냐'고 묻길래,
난 gps를 확인하고서 '에헤라디여~' 라고 했더니...
'그건 또 무슨 뜻이야~' 하고 묻길래,
'잘 가고 있다'는 신호라고 했더니, 모두 박장대소한다.
순조로운 산행길이 계속되고, 알바에 대한 우려는 그것으로 끝...
너무 쉬운 코스라서 잠시 방심했던 첫 구간을 제외하고, 이어지는 구간에서는 그야말로 일사천리다.
현재시각 04시28분...
산행시작 01시간28분 경과...
산행거리 4.8키로...
임도접속 1.2키로와 알바 1.2키로를 제외한 들머리에서 2.4키로..
아마 쇠나드리 안부인 듯...
쇠나드리!
소가 날라갈정도로 강한 바람이 많이 분다하여 붙여졌다는 지명...
그러나 오늘은 짙은 안개와 높은 습도에 바람 한 점 없다...
먼동이 터 오려면 아직 멀었고,
안개 역시 자욱한 상태가 계속되고...
여기서 우린 두 번째 된비알을 만난다.
고도차 150미터 정도의 중급정도의 된비알...
이 정도 쯤이야...
이런 저런 얘기로 웃고 떠들며 올라챈다.
비는 오지 않지만, 습도가 높고, 바람이 잠잠해서인지 땀이 제법 많이 난다.
계속 이어진 길은 적당한 오르막과 내리막이 반복되지만,
그리고 새벽 산행으로 주변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지만,
산행은 큰 불편없이 순조롭게 진행된다.
이윽고 산행시작 02시간09분이 지나는 05시10분경...
6.5키로 지점...
진혹동과 황이리 갈림길인 옛 조침령을 지나고...
산행시작 02시간16분이 경과한 5시16분경...
산행거리 6.9키로 진행...
고도차가 350미터 이상인 오늘 진행구간의 첫 번째 상급 된비알 앞에서 잠시 호흡을 조절한다.
서서히 여명은 밝아오고 있지만,
그러나 짙은 안개로 인해 일출에 대한 기대는 이미 버린 지 오래...
이윽고 힘을 내어 오르막을 오르기 시작한다.
첫 번째 오르막을 올라채고, 두 번째 오르막도 올라채고, 막바지 힘을 다해 올라채니, 드디어 1061봉 정상이다
현재시간 06시09분...
진행거리 9.1키로....
여기까지의 기록을 대충 가늠해보니 시속3키로 정도...
'역시 내 예상대로다.^^'
오늘 이변이 없는 한 8시간이 안 걸릴 것으로 생각된다.
산행초반부이기도 하지만, 반대로 어둠속이라 단체가 함께 이동하기 위해 속도를 많이 내지 않고 있고...
300미터 이상의 된비알 중 하나를 넘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조금만 욕심내면 어쩌면 7시간 이내 종주도 가능할 수도...^^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니, 점점 질주에 대한 욕심이 생기기 시작한다.
이어 내리막으로 접어들어 20여분 진행하다가 평탄한 지역에서 아침식사를 한다.
현재시간 06시27분...
진행거리 10.2키로...
평소보단 다소 이른 식사시간이지만,
내심 속으로 쾌재를 외친다.
배가 고파서가 아니다.
밥을 먹고 나면 이제 본격적으로 자유산행을 할 수 있고,
그러면 내가 목표한 7시간 안에 한번 도착해보리라 맘 먹었다.
대략 오늘 구간을 21키로로 예상할 때, 나머지 구간이 약 11키로 정도 남았다.
7시간 내 종주를 가정하면 10시까지 도착해야 하고,
앞으로 약 3시간30분정도 남았다.
희미하지만 가능성이 보였다.
"자~! 선두 출발 준비~!"
한참 밥을 먹고 있는데,
거보대장님이 벌써 출발준비를 마쳤는지 출발을 서두르신다.
"이런~! 아직 밥을 다 먹지도 않았는데... ㅠㅠ"
오늘은 나도 선두를 따라가 봐야지...
쫓기듯 허겁지겁 아침을 먹고, 부랴부랴 짐을 챙기니,
거보대장님이 이끄시는 선두는 이미 떠나버려 보이지 않고...
나는 허구현님과 함께 그 뒤를 쫓는다.
그러나 한번 앞서간 거보대장님 일행이 어디 추월당하실 분들인가.
그래도 더 이상 거리라도 벌어지지 않으려고 부지런히 쫓아가 본다.
잠깐의 내리막과 야트막한 오르막을 지나고, 거의 달리다시피...
그러나 우린 양반족(?)이라 달리지는 않고, 다만 빠른 걸음으로 나아간다. ^^
07시07분...
산행거리 11.6키로 지점을 통과하면서 오르막을 만나고....
07시48분...
산행거리 13.9키로 지점인 950봉 정상을 올라채고...
08시06분...
산행거리 15.2키로 지점인 된비알 앞에 다시 서고...
08시26분...
산행거리 15.7키로 지점인 900봉 정상에 올라선다...
산행시간 5시간26분을 지나고 있다.
사전에 조사한 바에 의하면 조침령에서 갈전곡봉까지 17키로...
이제 1.3키로 남았다.
잘하면 갈전곡봉까지 6시간 내에 도착할 수 있겠다.^^
같이 가는 버팔로다형님과 아카데미님...
그리고 얄개형님 부부...
허구현님...
얼마나 남았냐고 묻는 얄개형님에게 얼마 안남았다고 얘기하며 앞으로 많아야 2~3개라고 얘기하고...
조금 높다 싶은 봉우리가 나오길래 저 봉우리만 넘으면 갈전곡봉이라고 호언장담한다.
아~!
그러나...
난 여기서 크나큰 착오를 하고 만다.
그것은 다름 아니라 전체 진행거리 중 접속거리 약 1.2키로와 들머리 진입하자마자 알바한 구간인 1.2키로...
합계 2.4키로를 현재까지 진행거리에서 빼고 거리계산을 해야 함에도 그것을 망각하다보니...
갈전곡봉까지 남은 거리에 대한 기대치가 너무 앞섰던 것... ㅠㅠ
즉, 1.3키로 남은 것이 아니라, 3.7키로가 남았던 것이다...ㅠㅠ
(산에서 2.4키로면 약 1시간 정도 소요되고, 또한 이곳처럼 오르막과 내리막이 계속되는 곳에선 넘어야 할 봉우리 수가 최소 4~5개는 될 수 있다.)
최소 1개, 많아야 2~3개 정도의 봉우리를 넘으면 나올 줄 알았던 갈전곡봉...
그랬기에 같이 진행하는 버팔로다형님 내외분과 얄개형님내외분, 그리고 허구현님에게 자신있게 장담했었는데...ㅠㅠ
몇 개의 오르막을 오르고 내려갔는지 기억도 없다...
머리 속에 그려놓은 이 구간 고도표는 이미 흩어지고...
오늘 진행해야 할 거리 감각이 혼란에 빠져버린지 오래...
사실 내 경우는 gps 궤적과 미리 다운 받아놓은 지도를 가지고 있어서 조금만 여유롭게 맘을 먹었다면,
최소한 다른 일행보단 페이스조절이 쉬웠을 수 있다.
그런데 지난 겨울 눈으로 인해 14시간이나 걸렸던 것에 대한 보상으로 조금이라도 빨리 종주를 마치려는 생각에 수시로 확인하던 주행기록까지 어이없게 혼선을 빚고 만다.
얼마나 남았냐고...
아직도 멀었냐고...
이 구간이... 아니 백두대간이 처음이신 얄개형님과 허구현님은 계속 묻고...,
저 앞에 있는 봉우리가 갈...봉이 틀림없다고...
이 봉우리만 넘으면 틀림없는 갈...봉이 맞다고 하길 몇번인지...ㅠㅠ
그러나 가도가도 갈...봉은 코빼기도 안보이고 또 새로운 내리막과 오르막만 반복될 뿐...ㅠㅠ
이런 길을 걸을 땐 걷는다는 생각을 잊어버리고, 다른 사색에 잠기거나,
아니면 주변 풍광에 취해 여기저기 봐가며 가야 하는데... ㅠㅠ
오른쪽은 원시림으로 인해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왼쪽은 그나마 울창한 숲 사이로 간간이 시야가 확보되지만,
짙은 안개로 인해 역시 멀리 볼 수 있는 볼거리가 없다. ㅠㅠ
설상가상으로 7시간 안에 종주해 보겠다고 모처럼 호기를 부려서 다소 오버페이스한 상태로 진행한다.
나름 구간계산을 치밀하게 했다고 생각했으나, 예상 시점에 갈전곡봉은 나오지 않고...,
끊임없이 오르막과 내리막이 반복되다보니, 내가 현재 진행하고 있는 위치가 어디쯤인지 파악도 안 되고...
나타나는 이정표라곤 갈전곡봉을 향하는 방향과 좌표값만 적혀 있을 뿐...
사실 그것만으로도 내가 시간적으로 여유만 있었다면,
좌표값으로 내 위치를 찾고 구간계산하며 페이스조절해서,
그렇게 힘들지 않게 산행할 수 있었을 것을...
수없이 반복된 오르막과 내리막으로 많이 지친 상태로 한참을 진행하다가 ...
이윽고 저만치 앞에 우뚝솟은 봉우리가 보이는데...
지금까지 올라챈 봉우리보다 훨씬 높아 보이는 것이 틀림없는(?) 갈전곡봉이다.
드디어 도착했구나... 싶어 다시금 마지막 투혼을 불사르며 숨이 턱에 차도록 오르막을 올라챘으나, 다시 또 좌절...ㅠㅠ
나중에 알고보니 이곳은 지난 북진 때 잠깐 알바했던 봉우리다.ㅠㅠ
이런 젠장할~!
도대체 갈...봉은 언제 나오는 거야!
앞에 보이는 봉우리가 갈전곡봉이라고 생각하고 오르기를 벌써 몇 번째인가...
조급한 마음과 계속된 허탕으로 체력은 고갈될대로 고갈되고,
높은 습도에 바람 한 점 없는 날씨는 내 체력을 급격히 떨어뜨려...
마침내 오르막 한가운데에 주저앉고 만다.
얼마나 앉아 있었는지 모르겠다.
잠깐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나사님과 수리님도 만나고,
쿠키님과 특부님도 만나고, 아끼라님과 홍원님도 다시 만난다. ^^
한참 전에 다 추월하고 왔었는데... ㅠㅠ
뭔가...
왜 이럴까...
내가 이 정도의 난이도에 이 정도의 속도도 낼 수 없는 몸 상태란 말인가...
같이 동행하던 버팔로형님 내외분도 먼저 앞서가시고...
내 뒤를 따라 오시면서 갈...봉 얼마나 남았냐고 계속 물어보시던 얄개형님도 어느 순간 앞서가셨는지 보이지 않고...
마지막까지 앞서거니 뒷서거니 했던 허구현님도 앞서 나아가고...
이러다간 진짜 후미로 처지겠다싶어 다시 힘을 내서 오르막을 오르니,
드디어 갈...머시기...
갈전곡봉(1204)이다.^^
현재시각 09시51분...
산행거리 18.6키로...
애초 예상보다 50여분 늦게 도착했다.
그 곳엔 나와 같이 진행하다가 먼저 갔던 허구현님을 비롯해서,
중간 중간 많은 음료수와 과일을 챙겨주신 버팔로다형님 내외분과,
오시는 내내 얼마나 남았냐고 계속 길을 묻던 얄개형님이 형수님과 쉬고 계신다. ^^
그런데 거기에 또 다른 의외의 한 분이 더 계신다. ^^
바로 지그림자형님이 함께 여유롭게 쉬고 계신다. ㅎㅎ
어라!
이 분은 원래 유유자적으로 천천히 산행을 하시는 분이신 줄 알았는데...
이렇게나 빨리... 헐~!
대단한 내공을 숨기고 계셨구나...^^
약 15분정도...
아주 충분한(?) 휴식을 취한 후...
오전 10시07분 드디어 구룡령을 향해 출발한다.
갈전곡봉에서 구룡령까지 4.2키로...
이정표상으로는 2시간으로 나와 있다.
그러나 그것은 보통 사람들 얘기이고...
우린 그렇게 길게는 지루해서(?) 못 간다. ㅋㅋ
7시간만의 종주라는 마음의 부담을 접고나니 이곳도 새롭게 보인다.^^
수백 년은 됐음직한 커다란 구멍을 안고 있는 참나무...,
그 옆에 쓰러진지가 더 오래된 듯한 버섯을 피우며 흙으로 되돌아가고 있는 고목들...,
그리고 새로운 움을 틔우며 자라고 있는 여린 나무들...,
이름을 일일이 알지 못하지만 어쨌든 귀해 보이는 각종 야생화...,
이러한 숲 속에서 지저귀며 살아가고 있는 온갖 날짐승과
열심히 땅을 파며 생명활동을 하고 있는 멧돼지 등 산짐승들...
인간의 간섭이 배제된 살아있는 원시림이 온몸으로 느껴진다.
내리막을 진행하다 치받골령을 지나고 뚝 떨어진 내리막을 지나다가,
다시 시작되는 첫 번째 된비알을 넘어서서 아래로 내려서니,
구룡령이 2.2키로에 1시간 남았다.
또 다시 힘을 내서 이어진 두 번째 된비알을 올라채고서 내려서니,
이번엔 구룡령이 2.7키로에 40분이 남았다???
‘헐~!
이젠 별게 다 사람 김빠지게 하는구만... ㅠㅠ‘
여기서 우리 일행은 쿠키누님이 내놓으신 마지막 간식과 물로 갈증을 해소한 후 내리막을 내려서니 구룡령 옛길이다.
마지막 인증샷을 날리고, 다시 또 진행...
언제나 마지막은 힘들다.
날은 점점 더워지고, 습도는 아직도 높은 상태에서, 마지막 1키로 쯤 남았다고 생각하고 터벅터벅 걷고 있는데...
저만치 앞에서 구원군이 나타나신다.
거보대장님과 하얀소형님이시다.^^
선두로 치고나가 날머리에 도착해서,
아이스박스에서 갓 꺼내온 시원한...
아주 셔~언한 맥주를 배낭에 짊어지고 올라오셨다. ^^
지난 해...
폭염으로 인해 내 기억에 가장 힘들게 진행했던 구간인 속리산 구간에서,
가져간 물을 다 소진하고 산행 막바지에서 엄청나게 힘들어 할 때,
그야말로 구세주처럼 나타나 우리의 목을 축여주었던...^^
그 때 이후로 우린...
여름이면 은근히 그 맥주를 기다리는 것이 산행의 일부가 되어 버렸다.
그것이 지난 겨울동안은 잠시 문을 닫았다가,
오늘 다시 개점(?)했나보다... ^^
이 맛을 아는가... ^^
이 맛은 먹어보지 않은 사람은 아무도 모른다.
그냥 날머리에 도착해서 마시는 맥주 맛과는 또 다르다.
예수님의 성수가 이 맛일까.^^
관세음보살님의 감로수가 바로 이 맛이리라.^^
너무 뻥친다고 생각하지 마시라...^^
술을 잘 못 먹는 나도 여기서는 한잔을 그냥 들이킨다.
목을 타고 넘어가는 느낌이 짜르르하니 죽여준다.^^
이래서 사람들이 맥주를 찾는지 모르겠지만...ㅋㅋㅋ
목도 축이고 나머지 1키로쯤이야 그냥 날아갈듯 한 기분으로 달린다.
드디어 날머리에 들어서니,
다음 구간인 진고개까지 22키로(11시간40분)이라는 표시와
지나온 구간인 조침령까지 21키로(10시간)이라는 표시가 있는 이정표가 있고,
저 아래로 계단이 늘어서 있다.
지난 3월...
14시간 대장정의 러셀을 시작하던 그 계단이다.
현재시간 11시30분...
소요시간 08시간30분...
비록 예상치 못한 체력저하로 목표했던 7시간 내에 종주하진 못했지만,
그래도 당초 대장님이 예상한 10시간보다 훨씬 단축한 8시간30분만에 날머리에 도착한다.
오늘도 이렇게 한 구간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한다. ^^
<산타님 제공>
'산행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12/08/18 대간 남진 그 여섯 번째 진고개에서 닭목령까지(40키로) (0) | 2012.08.28 |
---|---|
12/08/04 대간 남진 그 다섯 번째 구룡령에서 진고개까지(22키로) (0) | 2012.08.28 |
[스크랩] 12/07/07 백두대간 5기 그 세번째구간 한계령에서 조침령까지 (0) | 2012.07.14 |
12/06/30 내설악휴게소에서 속초까지...그러나...미완의 설태종주 (0) | 2012.07.03 |
12/06/23 원정 오대명산 설악산 구간 (0) | 2012.06.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