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 이야기

12/06/23 원정 오대명산 설악산 구간

송암62 2012. 6. 24. 21:55

 

 

 

 

 

 

 

 

 

 

 

 

 


2012/06/23 오대명산 설악산 서부능선을 가다

올해들어 두번째이자
지난주에 이어서 연속으로 설악산 한계령을 방문한다

우여곡절 끝에 최종 결정된 오늘의 코스는 한계령에서 귀때기청봉 대승령 장수대까지...

(나는 몰랐었는데, 원래 오늘의 코스는 한계령에서 대청봉을 찍고 화채능선을 타고 설악동으로 떨어지는 코스였나 보다.

그러나 최근 설악산 국립공원 특별단속이 심해져 비법정등산로인 화채능선에 대한 단속이 심해서 부득이 서부능선으로 급선회를 했단다.^^)

이유야 어떻든 내게 있어 오늘 산행은 다른 산우들과는 다른 아주 특별한 목적의 산행이다

다름 아닌 다음주에 예정된 설태코스 사전답사 및 비상식량비축을 위한...ㅋㅋ

세번째 오르는 한계령...
작년 10월 처음으로 오른 한계령은 5시간 내에 희운각까지 도착해야한다는 부담을 안고서 설악단풍을 보러 몰려든 인파를 뚫고 서바이벌(?)로 진행되어 아무생각이 없었고...

그리고 바로 전주에 진행된 대간길에선 미시령부터 남진할거라는 기대속에 출발했다가 비법정탐방로 특별단속으로 어쩔수없이 돌아선 다소 실망스러움을 안고 오르던 이 길...

그러나 지난 주에 나는 기대하지 않았던 설악의 장관을...
운해가 연출하는 황홀한 장관을 목격하게 되었고 오늘도 사실은 혹시나 하는 기대감으로 이곳에 도착했다 ㅎㅎ

그러나 연이어 잿팟을 터트리는것은 하늘의 별을 따기만큼 쉽지않은 행운인가보다 ㅋㅋ

오늘의 하늘은 별이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한눈에 지난주와는 확연히 다른 날씨...
아무래도 오늘은 맑은 날씨를 기대하긴 틀렸나 보다
아울러 좋은 장관을 기대하긴 틀렸나 보다
아무렴 어떠랴 그래도 좋다
비만 오지 않는다면...ㅎㅎ

연이은 산행이라서 그런지...
아니면 세번째 오르는 한계령이라서 그런지...
오르는 돌계단이 하나하나 구체적으로 선명하게 눈에 들어온다
철계단도 확연하게 눈에 들어온다

1키로 지점을 통과하고 내리막으로 접어들어 3-400여미터 평탄한 길을 걷다가 ...
다시 오르막을 만나 철계단을 지나고 다시 잠깐의 내리막과 다시 된비알을 올라채니 한계령삼거리다

한계령에서 여기까지 1시간20분...
선두그룹은 1시간을 찍었고...
나는 중간 정도로 진행해서 크게 무리하지 않고 올라왔다

한계령에서 출발한 다른 팀의 산객들은 여기서 대부분 대청방향으로 우회전 하지만 우리는 반대방향인 귀때기청봉으로 가기 때문에 혹시나 길을 잘못들어 이탈하는 산우님이 있을까봐 후미가 올때까지 여기서 기다리기로 한다

한계령삼거리에 올라서니 불어오는 바람이 무척 시원하다
아니 여기까지 올라오면서 흘린 땀으로 옷이 젖어서 그런지 첨엔 시원하더니 5분도 지나지 않아 나중엔 엄청 춥게 느껴졌다 ㅠㅠ

과유불급... 에고...ㅠㅠ
뭐든 과하면 오히려 부족한만 못하다고 했던가...ㅠㅠ
여기저기서 베낭속에서 바람막이 옷을 꺼내 입느라 부산하게 움직인다

한참을 추위에 떨고 있으니 마바르 대장님이 이끄는 후미그룹이 나타나고 이어 좌측으로 꺾어 귀때기청봉 방향으로 50여미터 나아가다 넓은 공터에서 잠시 스톱...
여기서 담주에 설태할 사람들은 음식을 숨기란다

나는 아카데미님과 같은 봉지에 푸딩과 식수1병을 숨기고...
본격적으로 인원을 점검한 후 다시 출발...
어스름하게 밝아오는 여명...

그러나 잔뜩 찌뿌린 날씨로 인해 멋진 일출은 볼 수 없고...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너덜지대앞에서 안전을 위해 스틱을 접으라는 대장님의 전언...

너덜지대 중간에서 잠시 쉬고서 또 다시 진행하여 정상에 올라채니 바로 귀때기청봉이다

저멀리 잔뜩 찌뿌린 하늘에 붉은 태양이 떠올라 있으나 그 빛이 많이 흐리다
기분 탓일까...
시원한 바람과 맑은 공기로 인해 상쾌한 기분 때문인지 그런 흐린 태양빛 마저 운치있게 보인다

귀때기청봉을 지나 너덜길이 끝나는 즈음 평탄한 곳에서 드디어 아침상을 차린다

매번 느끼지만 산에서 먹는 밥맛은 꿀맛이다
배가 고파서인지...
아니면 나름 청정한 공기를 마시며 즐거운 기분으로 먹어서 그런지 정확하게 잘 모르겠지만...

이윽고 또 다시 진행하며 나아가니 철계단이 나타나는데 처음엔 그 수가 몇 안되더니 작은 봉우리하나를 넘고서 바라보니 저 멀리 가야할 봉우리에 계단의 길이가 엄청 길다

얼마나 될까
아마 이게 마지막 철사다리이려니 작심하고 헤아려보니 151개...
그런데 그게 끝이 아니다
간신히 올라선 능선에서 다시 내리막으로 15개의 계단을 지나고 나니 또 다시 오르막 계단이 나타나는데 이번엔 34개다
오르막과 내리막을 따라 계속 반복되는 계단...
여러번의 계단을 지나면서 앞으로 얼마나 계속될지 알 수 없다보니 더이상 헤아림을 포기하고 만다...

그렇게 이름없는 봉우리 두어개를 넘고서 도착한 1408봉...

귀때기청봉에서 볼때 서쪽끝으로 희미하게 보이던 안산이 좀더 선명하게 보이고
남쪽으로는 2주 후 대간길에서 만나게 될 점봉산이 눈에 들어온다

희미한 시야이긴 하지만 그런대로 운치가 있다
마치 오래된 수묵화를 보는 듯한 ...
가까이에 있는 근경은 푸른 수목과 바위가 조화를 이루고 있고, 저 멀리 원경은 약간은 뿌연... 흐릿한 모습으로 배경을 이루니 한폭의 동양화이자 한폭의 산수화를 보는 듯하다

다시 또 만난 내리막길을 유유자적하며 내려서서 나아가다보니 질곡의 세월을 버텨낸 온 줄기가 뒤틀린 나무 한그루를 만나고
잠시후엔 속빈 줄기가 처연한 소나무를 만난다

생명의 강인함이 느껴지는...
생명에 대한 강한 애착이 느껴지는...

이런 저런 상념에 잠겨 걷다보니 어느덧 대승령이다
선두가 먼저와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한계령에서 여기까지 오는데 9.5키로...
여기서 안산까지는 약2.5키로...
왕복으로 약5키로정도이고 약3시간정도 예상된다고...

그런데 우리의 최종 목적지인 장수대는 여기 대승령에서 좌측방향인 남쪽으로 2.7키로만 내려가면 되고...

해서 산행거리가 짧다고 생각되는 혹은 안산을 가고싶은 사람만 가기로 한다

그리고 어차피 이쪽으로 다시와야하니 베낭은 두고 가기로 하고...

야트막한 내리막길에 접어드니 남교리 방향 출입통제 현수막이 보인다
지난 폭설에 등로가 유실되어 지날수가 없다는 문구와함께 사진도...
원래 오늘 우리가 갈려고 했던 길이었는데...

어쨋든 이어진 제법 긴 완만한 오르막을 올라채니 출입금지표지판이 보이고 금줄을 넘지않고 옆으로 우회하여 안산으로 향한다

가는 중간중간 설치된 포토존에서 원거리의 풍광을 실루엣삼고 근거리에 잡힌 기암괴석과 조화를 이룬 수목을 배경으로 인증샷을 날리고...

그나마 여기까지 오지않았다면 그저 밋밋했을법한 산행길이 여기서 약간 보상받는듯하여 따라나서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마지막 안산 정상아래서 두손 두발을 이용하여 깔끄막을 올라채니 저 멀리까지 내려다 보이는 넓은 풍광이 펼쳐진다

맑은 날씨엔 금강산까지 보인다는 곳...
그러나 오늘은 흐린 날씨로 비록 확인할 순 없었지만 저멀리 희미한 풍광만으로도 한폭의 수묵화를 보는 듯하여 대리만족을 한다

잠깐의 휴식과 인증샷타임을 가진후 일행들이 지루하게 기다리고 있을 것으로 예상되어 하산을 서둘러 내려오니 2시간20여분이 소요되었다

다시 베낭을 메고 장수대로의 하산길에 접어드니 잘 다듬어진 내리막 등로가 펼쳐진다

남은거리 2.7키로...
여기까지 누적산행거리가 14.5키로...
누적산행시간을보니 어느덧 9시간을 약간 넘어서 있다

갑자기 10시간 이내에 산행을 마치고 싶은 충동이 인다

서둘러 하산길을 내려오다 그러나 유일한 폭포인 대승폭포를 그녕 지나치기 뭐해서리 찾아가 문안인사를 건네려는데...

허허~~ 이런~~
폭포라는 이름이 무색하게도 폭포는 없고 흔적만이 남아있을 뿐...

지난해 설악을 찾을때마다 우중산행을 했던 기억에 제발 비좀 안왔으면 했는데...
기도빨이 너무 쎘었나보다...ㅠㅠ
이젠 어느 정도 비가 좀 내렸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

이어진 지그재그 철계단을 달리듯 내려서니 어느덧 장수대가 반갑게 나를 맞이한다

이렇게 오늘도 한 구간을 마무리한다... ^^

이어 후미가 내려오고 인근 목욕탕으로 이동해서 샤워를 한 후 오늘의 특식은 버섯과 닭을 함께 잘 버무린 백숙이다.

지난 대간때 한번 먹어본...

오늘 빠진 살 다시 요요현상이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