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 이야기

12/06/02 대간 남진 그 첫 번째 진부령에서 미시령까지(14키로)

송암62 2012. 6. 6. 18:59

12/06/02 대간 남진 그 첫 번째 진부령에서 미시령까지

 

일 시 : 2012. 06. 02.()

산행거리 : 16.94km

산행시간 : 9시간 06(점심시간 및 널널한 휴식시간 포함)

산행코스 : 진부령-마산봉-대간령-신선봉-상봉-샘터-(우회)-(미시령)

 

 

 

 

지난 55일 백두대간 4기가 그 마지막 졸업여행을 했다.

지난 2월 중순부터 1, 3, 5주에 진행하던 백두대간 종주가 최초 36구간으로 시작했었으나,

산우님들의 실력이 향상되자 29구간으로 단축되었다가,

이상기온으로 인해 강원도 지방에 내린 폭설로 발목이 잡히면서,

다시 33구간으로 늘어나 원래 예정보다 2개월 늦은 5월 초에 그 장대한 마침표를 찍었다.

 

그로부터 10일 후인 515일 4기 팀의 해단식도 마치고...

 

그 백두대간 4기의 멤버를 주축으로 한 새로운 대간팀 5기가 다시 결성되었다.

 

그리고 그 장대한 서막에 한낱 초라한 내가...

감히 초보 산꾼인..., 아니 산꾼이라는 명함을 감히 내밀기도 멋쩍은 내가 다시금 출사표를 던졌다.

 

이즈음에서 '내게 있어 백두대간이란 무엇인가'를 다시금 곰곰이 생각해 본다.

내가 처음 백두대간을 접하게 된 것은 무엇이 원인이었고, 그 의미는 무엇이었는가...

그리고 그 두 번째인 지금의 백두대간은 내게 있어 무엇을 의미하고 있는가...

(일부 대원들은 올라갔으니 내려와야지... 하면서, 남진은 두 번째가 아니라 첫 번째의 연속이라고도 한다.^^ 하여튼...^^)

 

내 경우...

처음 백두대간에 대해 입소문을 듣고 그 장도에 살짝 발을 내 딛는 순간에는

그저 집에서 조금 멀리 떨어진 장거리로 떠나는 원정산행 이상의 아무런 느낌이 없었으나,

 

10여 회 이상 따라가며, 어느 정도 백두대간에 입문한 초보딱지를 막 벗어나던 시절엔

백두대간 종주는 이 땅에 살고 있는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아니 이 땅에 숨을 쉬고 있는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산꾼이라 불리고 싶다면,

반드시 완료해야 할 어떠한 사명처럼 생각했다.

 

그 누가 강요하지도..., 그 누가 나를 산으로 내몰지도 않았는데도 말이다.

 

그러나 이젠 그 종주를 즐기고 있다.

어느새 그 종주의 마력에 빠져들고 있다.ㅎㅎㅎ

 

이젠 내게 있어 백두대간종주는

더 이상 의무나 사명이 아닌

그 자체로서의 즐거움이요, 희망이요, 내 자신과의 대화시간이다.

 

거기에 덤으로 장관을 볼 수 있으니 눈이 즐거워하고,

힘찬 에너지가 충만하니 나의 심장에서 활력이 넘쳐나고,

깨끗하고 맑은 공기를 들이마시니 나의 폐가 행복해 하고,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하니 일상에 찌든 나의 마음이 먼저 반긴다.

 

마약에 중독되었다.

백두대간은 이미 내게 있어 강력하고 행복한 마약이 되어 나를 중독시켜 버렸다.ㅎㅎㅎ

 

그 첫 번째 출발인 진부령에서 미시령까지의 구간...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마누라가 챙겨준 도시락과 배낭을 꾸려들고 사당으로 향한다.

 

오늘은 또 어떤 분들과 함께 할까...

 

만차가 되었으면 좋겠으나, 만차가 안되면 또 어떠랴...

단지 걱정이라면 최소한의 성원이 안되어 중단만 되지 않으면 나로선 좋을 뿐...

(물론 리딩하시는 대장님의 입장에서는 달갑지않은 얘기겠지만...두 분 대장님 죄송...^^)

 

사전에 참여의사를 밝힌 님들 중 대부분은 대간4기를 이어서 진행하는 골수분자(?)들이고...^^

일부 새로운 분들은 지난 5월 22일 열린 임시모임에서 대부분 한번씩 뵌 분들이다.

 

그런데 사당에 도착하니

이런~!  

반가운 분이 한 분 더 있다. ^^

 

지난 4기를 개근하신 오키님이 참여했다. (오키님은 대간5기를 신청하지 않았었다.)

온당, 쿠키여인, 오키, 효미...

이들 4명은 백두대간 4기의 산 증인들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단 한 번의 결석없이 완주한 산 증인들이다.

그들 중 효미님을 제외한 3분이 대간 5기의 첫 구간을 참여하고 있는 것이다.

끝까지 같이 다시 한번 종주했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 나중엔 효미님도 포함해서...ㅋㅋㅋ

 

오늘의 참석자들을 살펴보니...

선두에서 리딩하시는 천문대장님과 후미를 책임질 거보대장님을 포함해서

에코회장님, 들풀형님, 바위산형님, 매뉴얼형님, 애뫼형님, 으뜸상수형님, 하얀소형님, 버팔로형님, 경태형님온당님, 개봉님, 쿠키여인누님, 오키누님, 아카데미님, 여래향님, 푸른향님, 홍원님, 아끼라님 등 ...지난 4기에 이어 이번 5기에서도 계속 진행해 오신 분들과...

 

얄개님, 얄개1님, 지그림자님, 바이올린님, 산을품고님, 허구현님 등...이번에 처음으로 종주대열에 참여하신 분들이 계신다.

(산을품고님은 구간을 신청..) 

모두들 첫 인상만으로도 강렬한 포스가 느껴지는 분들이다.ㅋㅋㅋ

 

2330분 정시에 사당역을 출발한 버스는 양재에서 하얀소님을, 그리고 복정역에서 아끼라님을 태우고 본격적으로 출발한다.

항상 복정역에서 5-6명 정도 탔었는데...,

오늘은 아끼라님 혼자만 타니 왠지 쓸쓸해 보인다.ㅠㅠ

 

많은 분들이 대간4기에 이어 연속하신 분들이지만,

그래도 처음 찾는 분들도 계시니 일단 서로 통성명을 하고...

이어 산행대장이신 천문대장님으로부터 오늘의 구간에 대한 설명을 한다.

 

오늘 산행은 상대적으로 거리도 짧고, 또한 날머리부분이 비법정 탐방로라서, 전체가 동시에 천천히 진행하기로 한다.

항상 그렇듯 처음은 항상 긴장된다.

다른 분들... 지난 대간4기 종주팀들은 대부분 한 달 전에 이곳을 다녀갔지만, 불행히도 나는 출장때문에 불참해서 처음이다.

아니 나만 처음은 아니다. 애뫼님과 개봉님도 개인적인 사정으로 졸업산행을 참여하지 못했다고 한다.

 

이어 목적지까지 소등...

어찌어찌 선잠이 들었다가 일어나 보니 중간휴게소를 이미 지나고,

새벽 230분을 가리키면서 주섬주섬 짐을 챙긴다.

들머리에 도착했나보다.

새벽 4시쯤 산행을 시작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도착이 너무 빠른 것인가. 아니면 계획이 바뀐 것인가.

다들 배낭을 챙겨들고 나서니 나도 따라 나선다.

 

항상 그렇듯 버스기사님께 잘 다녀오겠노라고 인사하고...

밖으로 나와 날씨를 살피니 시원한 바람이 코끝을 간지럽힌다.

이런 날씨라면 정말 상쾌한 맘으로 산행이 가능하겠다.

새벽이라 그런지 안개가 자욱하다는 것이 느껴진다.

그러나 일단 비는 오지 않을 것이 확실해 보인다. 다행이다.^^

 

지난 졸업여행을 왔었다면 환한 대낮에 구경했을 진부령 표지석이 저 멀리 어둠속에서 나를 반긴다.

 

 

 

맨처음에 지난 졸업여행을 참여하지 않은 애뫼형님과 나, 그리고 개봉에게 먼저 4기 졸업기념 인증샷을 날릴 기회를 주시고...ㅎㅎㅎ

 

 

 

이어서 비로소 백두대간 5기의 첫 출발을 알리는 떼사진을 찍는다.

 

 

새벽240...

드디어 천문대장님을 선두로... 그리고 거보대장님을 후미로 해서 그 장도의 첫 발을 내 딛는다.

27명의 일행이 한 줄로 늘어서서 번호를 외치고 힘차게 진행한다.

 

 

그러나 산을 오르나 했는데, 곧바로 포장도로와 만나더니 포장도로를 이용해서 조금 올라가나 했더니

다시 숲속으로 진행하다가 또 다시 도로를 만나 좌측으로 난 도로를 따라 진행하다가 다시 우측으로...

이쯤 되면 방향감각이 없어지고 앞서가는 사람 만 쫓아갈 뿐 나아가는 방향을 알 수가 없다.

 

 

도로는 물론 숲길마저도 평지와 비슷해서 반복되는 동안에도 아직 힘이 넘치니

재잘재잘 앞뒤 사람들과 대화를 주고받느라 지금 어디를 지나고 있는지 모두들 관심도 없다.

 

오직 천문대장님의 뒤를 따라 시원한 공기를 만끽하며 나아갈 뿐...

 

그렇게 앞사람의 발길만 쫓아 한참을 진행하다가, 어느 곳에 다다르니 개들이 짖는 소리가 요란하다.

이놈의 X개가 감히...’

하며 자세히 보니, 희미한 불빛사이로 보이는 그 주인공은 보신탕집에서 생을 마감할 정도의 그런 X개는 아닌 듯,

제법 족보가 있어 보인다.ㅎㅎ

 

이쯤 되면

그래 너 잘났다...’

하며, 내가 일단 꼬리를 내리고...

 

개 짖는 소리를 무시하고, 그냥 진행하려니, 이번엔 길 우측에 위치한 비닐하우스 속에서 오리소리가 요란하다.

 

이번엔 우리가 오리 사육장을 지나고 있다보다...ㅠㅠ

우리가 이들의 단잠을 깨웠나 보다.

아이고 미안하다...ㅠㅠ

 

농장을 지나 계속되는 도로에는 마치 축산농가의 외양간 곁을 지나는 듯,

소의 배설물 냄새와 함께 희미한 해드렌턴 불빛사이로 바닥에 거무튀튀한 얼룩이 군데군데 떨어져 있는 것이 보인다.

전형적인 내가 태어난 시골 풍경 그대로다.

그 옛날 내 고향의 신작로를 지나고 있는 것 같아 마음이 아련하다.

 

 

 

얼마나 더 진행했을까...

 

농로를 따라 걷다가 자그마한 웅덩이를 끼고 돌아 임도따라 올라서니...,

 

 

 

시커먼 큰 건물이 나오고...  (나중에 알고보니 현재 영업을 하지 않는 콘도라고 한다.)

 

이 건물을 끼고 돌아서서 약 10여분 올라서니 다시 산으로 진입...

좌측으로 드디어 본격적인 등산로를 만난다.

 

한 달 전에 이곳을 내려온 바위산형님의 말씀이 여기서부터 급경사가 심해 엄청 힘들 것이라고 한다.

살짝 긴장이 된다.ㅋㅋㅋ

 

한창 진행하는데 진행방향으로 좌측방향으로 철조망이 있고 그 곳엔 수많은 시그널들이 붙어있다.

뭔가 시위를 하려는 듯...

지난달 북진때 달아놓은 시그날이란다...ㅎㅎㅎ

 

 

본격적인 된비알이 시작되고나서부터...

아닌게 아니라 개가 짖거나 말거나 오리가 웅성거리거나 말거나 쇠똥냄새가 나거나 말거나 계속 앞뒤 사람과 두런두런 얘기꽃을 피우던 산우님들이 어느 순간부터인지 조용해 졌다.

 

다시 말해 숨이 차올라 온다는 신호...

 

그렇게 첫 번째 된비알을 올라채고 또 다시 평지길에서 숨을 고른 후, 다시 한 번 정상을 향해 된비알을 치고 올라 나아간다.

 

계속된 숲길에는 활엽수 잎이 너무 우거져 숲을 이루고 있어 조금만 꺾인 길을 만나도 앞사람이 보이질 않는다.

어떤 곳은 삐삐선이 대간길과 같이 하고 있고...

 

불과 한 달 전까지 만 해도 나뭇잎이 이렇게 무성하진 않았는데...’

하시는 매뉴얼형님의 말씀...

 

자연의 섭리란 참으로 위대하다고 생각된다.

 

얼마나 진행했을까. 30분...??? 40분...??? 된비알을 올라챘다고 생각이 드는데...

짙은 안개사이로 뿌연 하늘이 보이기 시작하더니 드디어 마산봉 정상(1052미터)에 오른다.

GPS 기록을 보니 진부령에서 이곳까지 5.4키로..., 시간은 1시간 50분 정도 소요되었다.

 

 

천천히 진행한다고 하더니..., 그럼 그렇지... ㅠㅠ

벌써 시간당 3키로 가까이 진행한 것이다.

그런데 생각보다 힘들이지 않고 진행했다는 느낌이 드는 것은 왜일까.

 

아마 진입 초반부에 평탄한 도로와 임도길이 많아 상대적으로 진행이 빨랐던 것 같다.

실상 본격적인 산행 진입은 마산봉까지 1.4키로 남은 지점부터였다고 보는 것이 맞을 듯...

 

어쨋든...

아직도 해가 뜨려면 한참이나 남았는데...

오늘 산행 총 거리가 도상거리로 약 14키로...

이것저것 다 고려해봐야 오늘 총 산행거리를 17키로 내외일 것으로 추정하면 벌써 1/3을 소화했다.

그것도 새벽430분에...ㅠㅠ

이런 진도라면 미시령에 9시도 안돼서 도착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너무 빨리 산행이 끝나는 것이 아냐?.’

그럼 갔다가 다시 넘어오지, 뭘 걱정하고 그래...ㅋㅋㅋ

'내친김에 한계령까지 진행하지뭐...ㅎㅎㅎ'

 

별의별 제안이 다 터져 나온다. 행복한 고민이다.

 

천문대장님께선 오늘은 중간중간에서 충분히 쉬면서 천천히 진행할테니 산행을 충분히 즐기란다.

 

그러나 지난 백두대간 4기의 종주길에서 정상에서 잠깐 인증샷을 찍으면서, 잠깐 휴식을 취하고,

곧바로 출발하는데 익숙해져 있는 대원들은 벌써 간단하게 요기를 마치고 천문대장님이 언제 출발하나 하고 쳐다보고 있다.

 

급할 것도 없지만, 캄캄한 어둠속에서 별 달리 할 일도 없으니또 다시 진행한다.

바로 이어진 내리막을 지나 평탄한 길을 가다가 다시금 된비알을 올라채니 이곳이 병풍바위인가 보다...

 

 

살방살방 천천히 진행하다보니, 시원하고 여유롭다 못해 마냥 즐겁기만 하다.

처음 같이 진행하게 된 산을품고님과 지그림자님을 보니 여유가 넘치고 있어,

처음 봤던대로 대단한 실력자임이 느껴지고,

얄개님 부부와 바이올린님 역시 꾸준한 산행실력을 보여

향후 이어질 대간길에 충분한 실력을 갖추었다는 것을 감지할 수 있다.

 

사방은 짙은 안개로 가득해서 아무것도 안보이지만,

그래도 여명은 밝아오는지 헤드랜턴의 불빛이 필요없을 만큼 환해졌다.

 

이어지는 내리막길...

너덜지대다...

 

오호 이거 완죤히 설악산 황철봉 너덜지대의 판박이네...^^

아니 어쩌면 다음구간인 설악산 구간의 예고편을 보는 듯...ㅋㅋ

어찌보면 같은 설악권이니 똑같은 산세를 형성하고 있을 거라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래도 여기는 다를 줄 알았는데, 있을 건 다 있다는 바위산형님의 말씀...

잠시 후면 밧줄타기도 한다나...ㅎㅎㅎ

 

기대된다.

이처럼 여유롭게 다음 구간은 어떤 구간일까 기다려지기도 쉽지 않다.

어쩌면 이건 그나마 지난 졸업산행을 참석하지 못한 나만이 느낄 수 있는 여유와 호기심인지도 모르겠다.

 

이어지는 880봉을 지나 한참을 내려서는 내리막을 만난다.

 

아직 가야할 길이 많이 남은 대간길에서 내리막이 있다는 것은

그것도 한참 내려가야 하는 내리막은 그만큼 올라가는 된비알이 앞에 있다는 신호다.

 

살짝 긴장된다.

아무리 여유있는 산행이지만, 그래도 된비알은 별로 달갑지 않은 손님이기 때문이다.

 

한참을 내려서니 앞서 갔던 선두그룹이 멈춰있다.

대간령이다.

 

여기까지가 법정 등산로였고, 이제 본격적으로 비법정 등산로로 들어선단다.

 

항상 그래왔지만, 비법정 등산로를 들어설 때마다 마음이 안좋다.

살아오면서 별로 죄를 짓고 싶지 않은데...

(물론 죄를 짓지 않고 살아왔다는 의미는 아니다.ㅠㅠ)

 

어쩔 수 없이 짓는 죄야 그렇다 쳐도 공개적으로 알고서 짓는 죄는 꺼림찍하기 마련...

예컨데...

주정차 금지구역에 불법으로 주차한다거나,

보행신호를 무시하고 무단횡단한다거나,

또는 불법으로 남의 소유지를 침범하는 그런 류의 범죄와는 다른...

 

내 나라 내 강토를 내 강산을 너무 사랑하여

그 줄기의 정기를 이어받아 나라사랑, 국토사랑, 자연보호를 위해 더욱 앞장서고 싶은데...

이것은 어디까지나 나의 소망이요, 나의 바램일 뿐...지금은 금지된 구간, 금지된 행위...

 

문득 참새와 허수아비라는 노래말이 생각난다...

우리 대간꾼과 국립공원감시원의 관계가 마치 참새와 허수아비 같다는...ㅋㅋㅋ

 

 

악법도 법이기에 지켜야 하겠지만...

백두대간을 하면서는 공식적으로 죄를 지어야 하기에...

하여튼 지금 이 순간에는 어길 수 밖에 없는 현실이 안타깝기만 하다.

 

문득 출입금지 푯말을 보니 나무와 나무사이에 줄을 쳐 놓고 이 선을 넘지 말라고 되어 있다.

그래서 우린 그 선을 넘지 않고 살짝 옆으로 돌아서 우회해서 들어간다. ㅋㅋ

 

대간령을 지나 오르막을 오르니 잠시 후에 평탄한 헬기장이 나온다.

 

이곳에서 아침을 먹고 가자고 한다.

지금 시간을 보니 630...

이곳까지의 진행 기록은 GPS기록으로 10키로 진행...

4시간동안 10키로를 진행했다.

천천히 진행해서인지 별로 다리도 아프지 않다.

 

다른 때에 비해 배도 덜 고프다.(다른 때는 보통 8시 전후에서 아침을 먹었는데...ㅎㅎ)

 

뭐 벌써 밥을 먹느냐고 으뜸상수님이 한소리 하신다. ㅎㅎㅎ

 

아는 사람은 다들 웃는다.

대간 4기 초기에 단골 후미로서 항상 맨 먼저 힘들어 하시던 분이 누구던가. ㅎㅎㅎ

그런 분이 이젠 ... ㅎㅎㅎ

 

비록 짙은 안개로 인해 주변 경치 조망은 엉망이지만...

시원한 날씨에 한가한 산행이 그야말로 기분을 한층 북돋운다.

 

느긋하게 아침을 먹고..

다시 또 진행..., 급할 것도 서두를 것도 없지만...

딱히 안개로 인해 경치를 구경할 만한 상황도 아니니 그냥 진행한다.

 

지난 겨울동안 추위를 이기기 위해 진행하는 그 맘과는 전혀 다르다.

그때의 산행은 생존을 위한 것이었다면 지금은 즐기는 산행이다.

무릇 산행이란 이런 여유가 있어야 하는 법...

 

잠시 후 내리막 뒤에 다시금 된비알을 만나지만 그리 어려울 것도 없다.

2주 후에 만나게 될 걸레봉과 공룡능선과 비교하면 그야말로 예고편 정도...

 

조금 더 진행하니 삼거리에서 선두그룹이 배낭을 벗고 기다리고 있다.

여기서 신선봉까지는 배낭을 두고 갈 것이란다.

어차피 이쪽으로 다시 내려온다나...

 

배낭을 두고 산행을 하니 한결 날아갈 듯 발걸음이 가볍다.

배낭의 무게라고 해봐야 물2리터를 포함 5키로도 안될 터인데...

 

신선봉에 올라섰으나 역시 주변 조망은 힘들다.

대신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인증샷을 날리고, 떼사진도 날리고...

한껏 여유로운 맘으로 다시 돌아와 배낭을 메고 상봉으로 출발한다.

 

 

대장님도 천천히 천천히..., 뒤를 따르는 일행들도 천천히 천천히...,

너무 천천히 천천히 하다 보니 지금 우리가 대간종주를 하고 있는지 근교 산행 나왔는지 헷갈리기 시작한다.

그래도 명색이 이곳은 설악산 줄기인 나름대로는 험준한 산인데...

 

마산봉과 신선봉을 지나고 이제 마지막 봉우리인 상봉만 남았다.

화암재를 지나고 깎아지른 바위를 밧줄을 잡고...,

혹은 두 손과 두 발로 엉금엄금 기어 올라가니 드디어 마지막 봉우리 상봉이다.

그러나 여기서도 짙은 안개로 인해 주변 조망은 어렵다.

 

언제가 되어야 설악은 나에게 자신의 모습을 보여줄지 싶다.

그래도 나는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리기로 한다.

왜냐하면 이번 6월달에 최소한 두번 더 이 곳 설악산을 올 예정이기에...ㅋㅋㅋ

 

이번 달 셋째 주에 실시하는 다음 구간이 백두대간 제2구간인 설악산 구간이고...

그리고 그 다음 넷째 주에 예정된 마바르대장님과 로하스대장님이 리딩하시는 5대 명산 산행 또한 설악산이다.

그리고...

그것도 안된다면 그 다음 다섯째 주에 진행하게 되는 설악태극이 또 기다리고 있다.

 

현재까진 설악 태극은 염두에 두고 있지 않지만,

마지막까지 설악산이 비경을 감춘다면 최악의 순간엔 설악태극까지도 염두해 두고,

이번 만큼은 기어이 설악산의 비경을 조망해 볼 생각이다.

 

그런 나의 마음을 이 설악권에 있는 산들이 알아서 일까.

멀리서 운무가 서서히 걷히면서 살포시 드러나는 산세가 웅장하다.

맑은 날씨에 바라보는 설악의 비경과는 다른 느낌의 운치가 장관이다.

 

 

 

아하~! 그래~! 이래서 사람들이 설악~ 설악~하는구나... 싶다.

 

여성 산우님들이 단체로 모델로 나서니 이곳 저곳 모든 카메라의 셔터소리가 요란하다.

공항에 나타난 유명인사의 접견장에 나타난 기자들처럼...

유명 모델이 포즈를 취하고 그 자태를 카메라에 담으려는 사진사들처럼...

유명 연예인을 본 일반인들의 카메라가 터지 듯...ㅎㅎㅎ

 

끼리끼리 인증샷을 날리고, 나름대로 작품사진을 찍기 위해 분주하게 셔터를 누른 후,

상봉을 지나 하산길에 접어든다.

 

그러나 오늘의 목적지 미시령은 우리가 오는 것을 꺼리기 때문에 우리도 역시 그곳을 피해가기로 한다.

일단 샘터까지 내리막으로 진행했다가 침묵을 유지하면서, 좌회전해서 국립공원감시원의 눈을 피해 능선을 타고 조심조심 내려간다.

원래 이곳은 울산바위가 나란하게 조망되는 풍광이 좋은 코스라는데, 역시 안개로 인해 그 풍광은 포기해야 한다.

상봉에서 안개가 걷히는 듯 했으나 다시 또 안개가 드리워져 그 풍광은 다음으로 기약할 수 밖에 없다.

 

너덜지대와 오르막, 내리막, 그리고 해산굴 등을 지나고...

국립공원감시초소를 한참 비켜나 우회해서 내리막으로 내려서서 산행을 종료하니 12시가 되었다.

 

 

첫 출발이 중요하다고 했던가.

오늘 산행은 그런 측면에서 보면 상당히 훌륭하고 즐거움을 만끽한 산행이었다.

앞으로 이어질 대간 산행길이 이런 여유와 즐거움이 계속되길 바라며...

백두대간 5기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