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 이야기

12/10/20 대간 남진 그 열 번째 두문동재에서 도래기재까지(36키로)

송암62 2012. 10. 25. 09:16

 

12/10/20 대간 남진 그 열 번째 두문동재에서 도래기재까지

▷ 일시 : 2012. 10. 19~20.(금~토)
▷ 산행거리 : 38.??km
▷ 산행시간 : 10시간 50분(선두 10:50, 후미 12:10)
▷ 산행코스 : 두문동재- 은대봉- 중함백- 함백산- 만항재- 수리봉- 화방재- 장군봉- 천제단- 부쇠봉- 깃대배기봉- 차돌배기- 신선봉- 곰넘이재- 고직령- 구룡산- 도래기재

 

 

 

 

금요일이다.
날씨가 많이 추워졌다.

 

 

예로부터 우리나라는 4계절이 뚜렷한 나라라고 배웠지만, 그러나 요즘은 그 말에 신빙성이 별로 없다.
엊그제까지 덥다가 비가 한번 온 다음날 갑자기 쌀쌀한 기운이 감도는 것을 보면...
이젠 여름과 겨울만 존재하는 듯...

굳이 덧붙인다면 여름과 겨울 사이에 “비온 후 몇 주간 환절기”가 있는 정도...

 

 

퇴근 후 배낭을 어떻게 꾸려야하나 고민하며 잠시 지난 구간을 회상해본다.
구부시령에서 아침을 먹을 때, 추워서 오한이 밀려오던 기억이 되살아난다.

 

 

그래...
일단 찬 도시락을 먹으니, 이젠 보온병에 따뜻한 물이 필요할 때...,
마침 아침을 화방재에서 먹기로 했으니, 무거운 보온병은 버스에 두고 산행하면 되고...
겨울산행에서 물은 별로 필요 없으니 조그마한 병으로 1리터만 준비하고...

 

 

문득 작년 이맘 때 어디를 갔었나 생각해본다...
그래 소백산...
소백산에 갔다가 추워서 엄청 고생했던 기억이 난다.
아무래도 바람이 많이 불지도 모르니 따뜻한 외피와 장갑도 준비해야겠다...

 

 

오늘은 지난 주에 이어 36구간으로 진행할 때 세 구간으로 진행되는 구간을, 두 구간으로 단축하는 그 후반부인 두문동재에서 화방재를 지나 태백산을 넘고 도래기재까지 진행하게 된다.
도상거리도 지난 구간보다 2키로 정도 긴 36키로...

 

 

두문동재에서 화방재까지 대략 11.5키로... 4~5시간 정도...
화방재에서 도래기재까지 대략 24.5키로... 9~10시간 정도...

 

 

지난 구간보다 고저차도 심하고, 거리도 길어 난이도가 훨씬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략 예상하는 시간은 13시간 정도...

 

 

특히 화방재에서 두문동재까지 구간은 작년에 진행된 대간4기 북진 때,
비가 오나 바람 부나 천둥 번개가 내려쳐도 정해진 구간을 완주해 온 천하무적 우리 대간팀에게 처음으로 중탈이라는 아픈 상처를 남겨준 뼈아픈 구간...

 

 

이 후 우리는 당초 29구간으로 진행하려던 계획이 틀어져 33구간 만에 북진을 완성했던 그 시발점이 되었던 구간이 바로 이 구간이다.

 

 

당시 우린 폭설로 허리까지 빠지는 눈길을 헤치고, 화방재에서 두문동재까지를 8시간30여분 만에 종주를 했으나,
나머지 두문동재에서 피재까지 진행했다가는 16시간 이상 소요될 수 있고, 체력적인 부담까지 감안하면 그 이상도 예상되어
다소 무리일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눈물을 머금고 중탈을 결정했었다.

 

 

각설하고...어쨋든 그 구간을 오늘은 반대로 남진으로 진행한다.

그런데...
오늘 우리 팀의 최고 선두주자인 거보대장님과 들플형님이 참여하지 못한단다.
거보대장님은 집안 큰 어르신의 애사가 있어 불참하고,
들플형님은 지난 구간에서 접질린 발목부상이 악화되어 참여가 곤란하다고...ㅠㅠ

 

 

그렇다면 오늘의 선두그룹은...?
하얀소형님이 계시지만 원래 하얀소형님은 선두그룹을 따라갈 뿐
좀처럼 혼자서 치고 나가는 스타일은 아니시다.

 

 

준 선두그룹으로 버팔로다형님과 아카데미님, 얄개형님과 꽃잔디님, 지그림자형님과 허구현님, 특부형님과 쿠키누님 등이 있지만 거보대장님이 안계시는 상황에서 얼마나 속도전에 욕심낼지 알수없는 상황...

 

 

그렇다면 오늘은 선두그룹과 후미그룹을 특별히 구분할 필요가 없는 것인가.
잘하면 오늘은 모처럼 살벌산행에서 살방산행을 추구할 수도 있겠다 싶다.^^

 

 

복정역에서 마지막으로 아끼라님을 태우고 가는 버스에서 천문대장님께서 이번 구간에 대해 설명하신다.

 

 

지난 구간보다 거리도 길고, 고도차도 심하다고...
어쩌면 지난 구간보다 훨씬 더 힘들 수 있으니, 천천히 페이스조절을 잘하여 무사히 완주하라고...
특히 태백산에서는 길 찾기를 조심하라고...
태백산은 워낙 많은 산객들이 들르는 곳이라 곳곳에 시그널이 많다고...
그러다 보니 그동안 백두대간 길의 이정표였던 시그널들이 오히려 알바길로 안내할 수도 있다고...

 

 

이윽고 설핏 잠이 들었다가 깨어나니 어느새 들머리인 두문동재...
배낭을 챙겨 밖에 나오니 공기가 차다.
아니 제법 오한이 느껴지는 것이 시원한 수준을 넘어 매우 춥다.

 

 

하늘을 보니 별이 총총 빛나고 있다.
구름 한 점 없는 날씨에 바람마저 차가운 전형적인 겨울 날씨다.

 

 

순간 갈등이 인다.
이럴 때 얇은 바람막이 옷이 있으면 좋으련만...
불행히도 나는 바람막이 옷이 없고 대신 다소 두툼한 겨울용 외피만 준비해왔는데...
그것을 꺼내 입자니 산행이 시작되면 너무 더울 것 같고, 그냥 진행하자니 너무 추울 것 같고...

 

 

불현 듯 어제 낮에 근처 아웃도어매장에서 바람막이 옷 하나 사려다 그냥 돌아선 것이 못내 후회된다.

하여튼 일단 그냥 진행하기로 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옷 꺼내 입기가 귀찮아서...ㅠㅠ

 

 

02:20분 두문동재 출발
깜깜한 어둠속에 별이 밝게 빛나고 있다.

 

새벽 공기는 차고 바람도 제법 불고, 장갑과 귀마개가 달린 모자와 두툼한 외피를 걸치지 않고, 초가을용 티 하나에 조끼만을 입은 채 진행하자니, 가끔씩 부는 차가운 바람에 손마저 시리기도 하다.

 

 

그러나 200여 미터의 고도차를 올라채기 시작하면서, 내 옷은 금방 땀으로 범벅이 되고...
그렇게 20여분 된비알을 올라채니 어느새 은대봉이다.

 

 

02:41분 은대봉 도착
지난 겨울...
주변이 온통 흰 눈으로 덮이고, 또한 계속하여 폭설이 내리고 있어 주변의 아무것도 보이지 않던 곳, 은대봉...
그런데 지금은 깜깜한 밤중이라 역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ㅠㅠ

 

 

간단하게 인증샷만 찍고 또 다시 출발...
이어지는 완만한 내리막길을 앞뒤 사람들과 담소를 나누며 진행한다.

 

어느새 울창했던 나뭇잎은 낙엽되어 다 떨어지고 우리가 걷는 길은 폭신폭신한 길이 되어 있다.

 

제법 건조한 날씨로 인해 습도도 높지 않고...
그야말로 산행하기 딱 알맞은 기온이며 날씨다.

 

 

대간4기에 비해 이번 대간5기엔 정말이지 하늘이 많이 도와주는 듯...
작년에 절반이상을 비와 눈으로 보낸 것에 비하면 올해는 그야말로 정말 이보다 더 좋을 수 없을 조건...

 

 

정면으로 보이는 남쪽 하늘에 위치한... 내가 아는 몇 안 되는 별자리중 하나인 오리온별자리를 바라보며 진행하다가 된비알을 올라채니 어느새 중함백이다.

 

 

03:42분 중함백 도착
은대봉에서 여기까지 대략 3.1키로 정도 약 1시간 걸려 도착했다.
들머리인 두문동재에서부터 1시간20여분 경과...

 

 

바람은 계속해서 제법 쌀쌀하게 불고 있고,
이어진 내리막과 함백산을 오르는 길에 우리는 깜깜한 어둠속에서 앞뒤 사람들과 도란도란 얘기꽃을 피우며 진행한다...

 

 

난 하얀소 형님과 같이 걸으며, 작년 폭설로 이 구간을 러셀하던 하얀소형님의 무용담에 대해 회상하며 담소를 나눈다.

 

함백산에서 부터 두문동재까지 적지않은 거리를 거의 혼자서 러셀하며 진행했던 하얀소형님을 뒤에서 따라가며 얼마나 부러워했던지...

어둠속에 저 멀리 불빛으로 인해 밝은 정상이 보이는데... 바로 저기가 함백산 정상이다...
통신기지국이 있는지... 아니면 군사적으로 중요한 무슨 기지가 있는지 모르겠으나,
하여튼 임도가 정상까지 연결되어 있다.

 

 

함백산을 오르기 위해 된비알을 올라채다보니 우리 일행이 아닌 사람들의 모습이 보인다.
산행하시는 분들인가 했는데, 카메라를 배치해놓고 두런두런 얘기하고 있는 모습을 보니 아마 별자리를 촬영하거나 아니면 일출을 담으려는 사람들로 보인다.

 

 

세상엔 취미가 참 다양하다는 것을 느낀다.
똑같이 산을 찾았지만, 똑같이 함백산에 있지만,
우린 이렇게 빡쎄게(?) 산행하는 데서 즐거움을 찾고,

저 사람들은 이 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멋진 한 컷을 위해 저렇게 또 추위와 싸우고 있다.

 

 

하여튼
이윽고 드디어 오늘의 새벽산행의 최고봉인 함백산에 도착...

 

 

04:06분 함백산 도착
두문동재에서 여기까지 대략 5.2키로 정도...
경과시간 1시간45분여...

 

오호~!
잘하면 화방재까지 4시간도 걸리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정상석에서 인증샷을 찍으려고 올라서니 누군가 웅크리고 앉아 덜덜 떨며, 뭐라 뭐라 주문을 외우고 계신다.
대충 내용을 들어보니 교회목회활동을 하시는 분이신 듯...
이 분은 우리와 또 다른 취미생활인가, 아니면 수행의 한 과정인가.

 

 

정상석에서 인증샷을 찍고 바로 아래로 내려서서 바람이 다소 잠잠한 곳에서 간단하게 행동식을 먹기로 한다.
준비해온 빵과 물을 먹고 나니 추위가 몰려온다.
안되겠다 싶어 기왕 배낭을 연 김에 두툼한 겨울옷을 꺼내 입는다. ㅠㅠ
얼어 죽는 것 보다는 나으니까...ㅠㅠ

 

 

자고로 겨울산행에서는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수시로 옷을 자주 바꿔 입어야 한다는 선배들의 조언이 있었지만, 난 게을러서 곰처럼 우직하게 그냥 참는다.
이러다 정말 일 한번 크게 치를지도... ㅠㅠ

 

 

이윽고 간단하게 요기를 마치고...
04:13분 다시 또 출발...

 

이젠 오르막보다 내리막이 많고, 오르막이라고 해봐야 앞서 진행했던 것에 비해 훨씬 난이도가 떨어진 야트막한 마루금이 나타날 예정...

 

함백산에서 내려서는 길...

 

지난 겨울 눈길을 러셀하며 가쁜 숨을 내쉬며 올라오던 된비알이 이젠 급경사의 내리막이 되어 우리를 맞이하고 있다.

 

 

눈으로 인해 길인지 숲인지 구분도 안 되던 그 길... 그러나 지금은 눈 대신 낙엽이 수북하게 덮여있고, 이 길을 20여 분 만에 내려서서 함백산의 기원단을 지나고, 어스름한 어둠 속에 포장도로를 만나니 이곳이 만항재이다.

05:00분 만항재 도착
함백산에서부터 약 2.9키로... 대략 45분여 소요되었다.

 

포장도로따라 잠깐 진행하다가 다시 숲길로 접어들어 내리막과 오르막을 반복하다가 정상에 올라서니 수리봉이라는 표지석이 보인다.

05:39분 수리봉 도착
어라!
여기도 정상석이 있었나?
지난 겨울 북진 땐 인식도 못하고 지나쳤었는데... ㅠㅠ

 

벌써 대간을 왕복하신 매뉴얼형님도 이곳에서 인증샷을 찍어보긴 처음이시란다. ^^
이윽고 어스름하게 여명이 밝아오는 것을 느끼며, 급경사의 내리막을 내려서니 드디어 화방재...

 

 

06:10분 화방재 도착
들머리인 두문동재에서 여기까지 대략 11.5키로...
소요시간 대략 03시간50분이 소요되었다.

 

 

지난 겨울 폭설로 처음으로 우리 대간팀에게 중탈이라는 아픔을 준 구간...
4시간도 안 되는 이 구간을 당시엔 08시간30분이 소요되었었다.

 

 

물론 똑같은 구간이라고 하더라도 남진과 북진이 시간이 같을 수는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절반이하의 시간으로 마쳤다는 것이 통쾌하게 복수한 것 같아 기분이 좋다.

 

 

기다리고 있던 버스에 올라 준비해온 따뜻한 물에 말아 아침을 먹고, 다시 또 출발준비를 서두른다.

 

 

이제 우리는 본격적으로 태백산구간으로 접어든다.
이 곳은 워낙 많은 관광객들이 찾아서인지 아침 일찍부터 입장료를 챙기기로 소문난 지역이란다.

어떤 때는 새벽 02:00에도 인원을 일일이 확인해서 입장료를 받기도 했다고...ㅠㅠ

 

 

그래서 일단 여기서 매표소까지는 같이 올라갔다가 매표소를 통과한 후 자유산행에 들어가기로 한다.

 

 

그런데 막상 밥을 먹고 나서 버스에서 내려서니 새벽 공기가 차다.
그리고 조금 전까지 흘린 땀이 식은 탓인지 차가운 공기에 한기가 제법 강하게 느껴진다.

 

그래서 매표소 앞에서 다시 만나기로 하고 선두는 벌써 출발하고, 나도 꾸역꾸역 그 뒤를 따른다.

 

 

06:33분 화방재 출발...
가파른 된비알을 올라채고 평탄한 길을 따라 10여 분 진행하니 사길령이다.
바로 매표소가 있다는 그 곳...

 

 

06:42분 사길령 매표소 도착
그런데...
어라~!
오늘은 매표소가 조용하다.
이런 횡재가 있나.
2000원이 굳는 순간이다. ㅋㅋㅋ
어서 빨리 통과해버리자. ㅎㅎㅎ

 

 

이윽고 계속된 자유산행이 시작되고...
산령각을 지나 낙엽이 수북하게 우거진 숲길을 따라 완만한 오르막을 진행하니 발걸음도 가볍다.

 

 

오전 07시가 가까워 오면서 저 멀리 동쪽으로 해가 떠오르기 시작하고...
오늘따라 날씨가 맑아 떠오르는 태양이 더 없이 밝아 보인다.

 

 

그러나 정상이 아닌 오르막과 내리막을 반복하고 있는 능선이라 낙엽이 떨어진 나무사이로 그 태양을 바라보다보니 그 기쁨이 조금은 반감된다.

 

 

해가 떠올라서 그런지 아니면 계속된 오르막을 만나서 그런지 다시 온 몸에 땀이 베이기 시작하고...

 

앞서가던 특부형님과 매뉴얼형님을 만나고 내친김에 속도를 내어 오르막을 오르다 보니 주목들이 내 눈을 사로 잡는다.

 

 

처음 한 그루 나올 때는 얼른 기념사진 찍었는데, 한 두 그루가 아니고 계속 반복되다보니 이것도 지친다. ㅠㅠ

 

 

거기에다 고사목도 군데군데 풍광을 아름답게 꾸며주고 있다.
역시 태백산은 겨울에 설경을 보러 와야 할 것 같다.^^

 

 

얼마나 진행했을까.
낙엽이 다 떨어지고 앙상한 나뭇가지만 남은 사이로 저 멀리 천제단이 보이는 것이 정상인 모양이다.

 

 

정상에 도착하니 저 아래쪽에서 매뉴얼형님과 속도를 맞추어 진행할 때, 우리를 추월해갔던 하얀소형님과 맨 먼저 산행을 시작한 아카데미님과 버팔로다형님이 인증샷을 남기고 막 출발하려고 하고 있다.
부리나케 쫓아가 나도 인증샷을 남기고...^^

 

 

07:54분 장군봉 도착
화방재로부터 1시간20여분이 소요되었다.

 

뒤이어 허구현님과 그의 직장 동료분이 도착하고...

 

진행방향으로 우측인 서쪽에서 안개인지 구름인지 몰려오고 있다.
바람도 제법 강하게 불어온다.

 

그러나 새벽의 공기와는 사뭇 다르게 차갑다기보다는 시원하게 느껴진다.

 

천제단에 도착하니 보수작업이 진행 중이고, 한쪽에서는 십여 명이 기도를 올리고 있다.
무슨 기도인지 모르겠으나, 궁금하지도 않아서 그냥 패스...

 

 

버팔로다형님을 따라 아카데미님과 하얀소형님 그리고 나는 운무가 몰려오기 전에 부쇠봉을 찾아 내리막으로 내려서고...
800여미터를 진행하니 이정표가 나오는데 우측으로 백두대간 가는 길과 직진으로 문수봉으로 가는 갈림길이 나온다.

 

 

여기서 길 찾기를 조심하라고 했었나 보다.

 

 

여기서 버팔로다형님의 말씀...
백두대간가는 길은 우측길이고, 부쇠봉을 들르기 위해서는 직진으로 문수봉쪽으로 가다가 부쇠봉을 들렸다가 갈 수 있다고...

 

 

나야 뭐 당근 부쇠봉을 들렸다 가자는데 찬성하고...
우리 4인은 문수봉쪽으로 직진...

 

 

그러나 얼마나 진행했을까.
대충 부쇠봉을 가리키는 이정표가 나올 법 한데 이정표가 없다.

 

 

버팔로다형님이 거의 동물적인 직감으로 우측으로 꺽어 유턴하듯이 진행하니 많은 시그널이 보이고, 그 길을 따라 오르막을 올라서니 드디어 부쇠봉...

백두대간 남진을 시작한지 5개월 만에 비로소 강원도와 경상북도를 가르는 마루금에 접어들었다.^^

 

 

08:14분 부쇠봉 도착
여기서 우리 넷이서 인증샷을 날리고 있는데...

 

 

어라!
우리가 진행해 온 길과는 약간 다른 길로 매뉴얼형님과 허구현님 그리고 허구현님 동료분이 나타나신다.

 

 

그렇구나.
우리가 길을 잠깐 잘못 들어 지나쳤었나 보다.
이후 우리 일곱 명은 매뉴얼형님의 인솔 하에 계속 같이 진행한다.

 

 

08:56분 깃대배기봉 도착
부쇠봉에서 깃대배기봉까지 대략 3.2키로... 약 40여분 소요...

 

 

깃대배기봉이 있는 이 숲에는 해발 1368미터로서, 산죽과 여러 식생들이 어우러진 고지대 생태학습장이란다.
상층에는 신갈나무가 주종을 이루고, 중층에는 돌배나무, 물푸레나무, 자작나무, 하층에는 미역줄나무, 노린재나무, 국수나무, 다래나무, 당단풍류 등이 분포하고, 초본류로는 얼레지, 개별꽃, 산당귀, 우산나물, 넓은잎외잎쑥, 쪽도리풀 등 수십 종의 식물들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고...
그러나 지금은 늦가을이어서 인지, 나무들은 앙상한 가지만 남아있고, 바닥에는 수북한 낙엽이 쌓여 한여름에 울창했을 숲을 짐작할 수 있게 한다.

 

 

이곳 깃대배기봉은 표지석이 두 개가 있다.
첫 번째에 이어 두 번째 표지석은 약 2~300여미터 떨어져 있는데,
두번째 표지석에서 직진하여 500여미터만 가면 두리봉이 나오고,
우리가 가야할 대간길은 이 곳 표지석에서 우측으로 꺽어져 내려가 차돌배기로 향해 진행해야 한다.

 

 

여기까지 와서 또 다른 정상인 두리봉을 지척에 두고 못 가보고 그냥 지나치려니 못내 아쉽지만, 다음을 기약하며 선두를 쫒아 차돌배기로 향한다.

 

 

차돌배기를 가는 길은 오르막과 내리막의 연속이다.
마치 댓재에서 피재까지를 연상시키는 듯한...

 

다행인 것은 오르막에서 지칠만 하면 정상이 나오는 비교적 완만한 능선이라는 점...

 

그리고 마루금따라 단풍이 붉게 물들어 있어 눈이 호강하다보니 피로는 조금이나마 잊을 수 있고...
다만, 한가지 아쉬운 것은 시기적으로 너무 늦었는지 단풍의 빛깔이 다소 퇴색되어 있다는 것...

 

 

계속된 오르막과 내리막...
비록 높지는 않지만, 그러나 그것도 자꾸 반복되니 체력적으로 많이 힘들다.

 

마치 권투에서 잽을 너무 자주 허용하다 넉다운되는 경우처럼...

 

드디어 그로키상태까지 몰리기 직전, 오르막 하나를 올라채니 차돌배기까지 1.4(?)키로 정도 남았단다. (지워져서 잘 보이지 않음)

 

여기서 우리 일행은 잠시 숨을 돌리면서 허구현님과 매뉴얼님이 가져온 과일로 요기를 하고,
아카데미님이 주시는 소금정제를 먹고 원기를 회복하여 다시 출발...
20여분 진행하니 드디어 차돌배기다.

 

 

09:57분 차돌베기 도착
깃대배기봉에서 차돌배기까지 대략 3.4키로... 약 1시간 소요되었다.

 

 

반복된 오르막과 내리막, 그리고 시간이 갈수록 기온이 올라가면서 다소 덥다고 느껴진다.

 

하얀소형님이 가지고 있는 무전기를 통해 후미 진행상황이 계속 접수되는데, 우리 선두와의 간격이 대략 2키로정도 떨어져 꾸준히 진행해 오고있다.

 

 

우리도 질세라 차돌배기에서 인증샷을 날리고, 곧바로 진행해서 계속되는 오르막과 내리막을 반복하다가 드디어 된비알을 만나 힘겹게 올라채니 신선봉이다.

 

 

사실 신선봉이라고 해봐야 고도차가 150미터도 안되는 중하급 된비알이지만, 25키로 이상 진행해서 체력적으로 많이 지친 지금의 상태에서는 그것도 엄청 힘겹게 느껴진다.

 

 

10:34분 신선봉 도착
차돌배기에서 신선봉까지 1.9키로... 약 40여분 소요...
해가 중천으로 떠오르면서 온도가 올라가니 날씨가 더워진다.

 

 

새벽까지만 해도 기온이 쌀쌀하다보니 오늘은 날머리에서 맥주봉사를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았는데...
아무래도 오늘도 맥주장사를 하면 장사가 잘 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ㅎㅎㅎ

여기서 날머리인 도래기재까지는 대략 10여키로...
문득 산행 막바지에서 내 체력의 한계를 한번 시험해 보고 싶다.

여기서 잠깐 행동식으로 요기를 하고...
나는 하얀소 형님과 같이 선두로 치고 나가기로 작정한다.

 

 

이어진 내리막길은 임도인 듯 길이 평탄하고 시원하게 뚫려있다.
오히려 낙엽이 수북이 쌓여 바닥이 보이질 않으니 자칫 돌멩이를 밟아 미끄러짐을 조심해야 할 판...

 

자세를 낮춰 미끄러짐을 방지하며 내리막을 거의 달리다시피 속도를 내어 내려가는데, 하얀소형님은 내 뒤를 바짝 따라붙어 내가 내 페이스대로 진행하는 것을 도와준다.

 

 

사실 하얀소형님이야 본인의 주법대로라면 벌써 앞으로 치고 나가도 충분한 실력이지만, 만약 그러했다면 나는 일찌감치 하얀소형님하고 떨어져 처지고 말았을텐데, 그러나 오늘은 내 뒤에 바짝붙어 나를 밀어붙인다...ㅠㅠ

 

 

내리막을 지나 또 다시 진행되는 야트막한 오르막과 내리막을 반복하며 진행하니 어느새 곰넘이재다.

 

 

11:01분 곰넘이재 도착
신선봉에서 곰넘이재까지 대략 2.0키로... 20여분 소요...
너무 달렸나?
이 구간기록만으로 보면 시속 6키로가 나왔다. ㅋㅋㅋ

 

 

그러나 우린 이에 만족하지 않고 인증샷만 날린 후 또 다시 반복되는 오르막과 내리막을 반복하며, 숨을 헐떡이면서 오르막을 올라 1231봉에서 잠시 숨을 고른 후 내리막을 내려서니 고직령...

 

 

11:32분 고직령 도착
곰넘이재에서 고직령까지 1.8키로... 30여분 소요...시속3.6키로...

사전에 분석한 고도표에 따르면 고직령에서 구룡령까지는 꾸준한 오르막으로 되어 있다.

여기가 오늘의 마지막 된비알이다.
마지막 젖먹던 힘까지 내어 오르막을 올라 채는데 뒤따라 오는 하얀소형님은 숨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대~~~~단하다.
다리도 후들거리고...ㅠㅠ
살짝 고개들어 앞을 보니 앙상한 나뭇가지 사이로 하늘이 보인다.
드디어 정상인가보다...하며 마지막 안간힘으로 올라채는데...

젠장~!
공갈봉이다.ㅠㅠ
저만치 앞쪽에 훨씬 더 높은 거대한 능선이 떡하니 버티고 서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내리막이 없다는 것...

 

 

신선봉에서도 그렇듯 이 곳 구룡산도 마지막 된비알은 계단으로 되어 있고, 그 계단을 올라채니 드디어 구룡산이다.

 

 

11:51분 구룡산 도착
고직령에서 구룡산까지 1.2키로... 20여분 소요...

 

여기서 도래기재까지는 대략 5.5키로 정도 남았다.

 

아무리 계산해도 1시간 내에 날머리 도착은 어려워보이고, 그러나 2시간은 넘지 않을 듯...
아니 잘하면 대략 1시간30여 분이면 도착이 가능할 듯...

 

 

기왕지사 선두로 치고 나온 이상 우리 대간5기 살벌오기의 자존심(?)을 위해 어떡하든 11시간 내에 도착해야겠다고 다짐해본다. ^^

 

간단하게 행동식으로 요기를 하고 다시 출발하여 내리막을 빠른 속도로 진행하여 임도에 도착하고...

12:17분 첫 번째 임도 도착
이제 목적지까지 3.98키로 남았다.
다시금 된비알을 만나는데 오르막의 고도차는 얼마되지 않는데 엄청 힘들다.

체력이 많이 떨어진 듯...
힘들게 진행하고 있는데 후미를 이끌고 오시는 천문대장님으로 부터 무전이 온다.
짱님과 가을양님이 태백산에서 오는 중에 탈진(?)해서 처졌단다...

헐~! ㅠㅠ
그런데 무전 상태가 안좋아 탈진했다는 것인지 탈출했다는 것인지 정확하게 알 수가 없다.

중간에 핸드폰을 꺼내 살피니 얄개형님에게서 부재중 전화가 와 있다^^
무슨 일일까 싶어 전화를 하려는데 신호가 안 잡힌다.
지난 구간에서처럼 어디쯤이냐고 묻는 전화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그냥 패스...

12:51분 두 번째 임도 도착
이제 목적지인 도래기재까지 1.62키로 남았다.
남은 구간은 내리막길...
부지런히 달려... 아니 걸어서 계단을 내려서니 드디어 날머리인 도래기재다.

 

13:09분 날머리 도착
새벽 02:20분에 시작하여 장장 10시간49분만에 오늘의 대장정을 마친다.

날머리엔 이미 버스가 와서 기다리고 있고...
오늘 처음 만난 버스기사님은 버스 밖에서 초조하게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왠일로 그렇게 초조해 하느냐고 물어보니...

이 곳을 찾은 다른 산객들에게 물어보니 화방재에서 이 곳 도래기재까지 10시간 이상 소요된다고 했다는 것...ㅠㅠ
절대로 10시간 이내에는 올 수가 없다고 했다나...ㅠㅠ

대충 분위기를 보아하니 두문동재에서 여기까지는 최소한 14시간 이상 예상된다는 것으로 해석되고...
그러면 그만큼 출발이 늦어지고 서울 도착이 늦어질 수도 있다는 것을 염려하고 있는 듯...^^

그래서 기사님께 말씀드렸다.
걱정하지 마시라고...ㅎㅎㅎ
우린 한다면 하는 팀이라고...
대장님이 13시간 안에 종주한다고 했으니 분명히 약속을 지킬 것이라고...^^

일단 갈증을 해소할겸 물 한 병을 통째로 비우고, 맥주를 배낭에 담고서 하얀소형님과 맥주봉사를 위해 다시 길을 나선다.

오르막을 오르며, 천문대장님과 무전을 날리며 자초지종을 다시 확인하니, 짱님과 가을양님이 탈진이 아닌 탈출했단다.

그래서 이 곳 날머리인 도래기재로 오기로 했다는 것...
상황이 이렇게 되니, 다시 하얀소형님은 버스로 돌아가 짱님과 가을양님을 챙기기로 하고, 나 홀로 맥주봉사를 수행한다.

우여곡절끝에 얄개형님과의 통화를 통해 짱님이 천문대장님의 우려대로 태백산 정상에서 길을 잘못들어 문수봉쪽으로 하산하게 되었다는 것...

 

오늘 참석하지도 않은 거보대장님께 전화를 해서 거보대장님으로부터 얄개형님이 전화를 받았고, 그 과정에서 내게 전화를 했다는 것...ㅋㅋㅋ

 

 

어쨋든 얄개형님의 노력으로 간신히 짱님을 영월에 있는 목욕탕으로 갈 수 있도록 조치하고...
태백산에서 갑자기 컨디션 난조를 보여 중간 탈출한 가을양님도 무사히 픽업해서 오늘 산행을 잘 마무리한다^^

짧지 않은 거리...
고도차 역시 만만치 않았던 구간...
그러나 모두 무사히 한 구간을 종료한 것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