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 이야기

12/10/06 대간 남진 그 아홉 번째 댓재에서 두문동재까지(34키로)

송암62 2012. 10. 16. 08:33

 

12/10/06 대간 남진 그 아홉 번째 댓재에서 두문동재까지

 

 

 

일 시 : 2012. 10. 05~06.(~)

산행거리 : 36.??km

산행시간 : 11시간 45(선두 10:35, 후미 11:45)

산행코스 : 댓재-황장산-큰재-귀네미골-지암재-지각산(환선봉)-덕항산-구부시령-푯대봉-건의령-구봉산-삼수령-낙동정맥분기점-매봉산(천의봉)-풍력발전소-비단봉-쑤아밭령-금대봉-두문동재

 

 

 

지난 주엔 우리나라 최대 명절의 하나인 한가위였다.

 

이어진 샌드위치 휴일을 맞아

배에 낀 기름기도 제거할 겸 불암산과 수락산 사패산을 연결하는 26키로의 종주를 하고,

이틀 쉬고 오늘 다시 대간길에 나선다.

 

다소 빡센 산행이었지만, 그러나 오늘 산행에 무리를 줄 정도는 아닌 듯... 컨디션은 대체로 양호하다.

 

 

오늘의 코스는 댓재에서 시작해서 황장산과 덕항산, 구부시령과 푯대봉을 거쳐,

건의령과 피재를 경유하고 매봉산과 비단봉, 금대봉을 넘어 두문동재까지 진행하는 코스로서,

도상거리로 대략 34키로 정도...

 

 

이 구간 역시 일반적으로 36구간으로 진행할 때는

댓재에서 덕항산과 건의령을 지나 피재까지 한 구간... 25.1키로

피재에서 두문동재와 함백산을 지나 화방재까지 한 구간...21.0키로

화방재에서 태백산을 지나 도래기재까지 한 구간...24.5키로

이렇게 세 구간으로 구분하여 진행하는데 우린 여기서 또 한 구간을 단축하기로 한다.

 

 

, 댓재에서 건의령과 피재를 지나 두문동재까지 34키로를 한 구간으로 하고,

2주 후에 두문동재에서 화방재를 지나 도래기재까지 35.5키로를 한 구간으로 진행하기로 한 것...

 

 

그 첫 번째 구간인 오늘의 종주코스 고도표를 보니...

 

 

어라!

이건 산이 아니다.

어느 도시의 빌딩숲을 연상시키는 스카이라인을 여기에 옮겨 두었다.ㅠㅠ

 

~!

 

 

 

 

 

문득 고교시절의 막바지가 생각난다.

 

지금부터 30여 년 전 ...

 

본고사가 폐지되고 난 후, 학력고사를 마치고 방학 때까지 수업시간마다 자유수업을 하던 시절...

 

누구라고 할 것 없이 모든 선생님들이 모두 다 약속이나 한 듯이

그 동안 각자 읽고 싶었던 시집이나 소설, 수필들을 읽으라고 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런데 그때 무슨 생각에서였는지 몰라도 내가 가방 속에 넣고 다닌 것은

"알베르 까뮈""시지프스의 신화"였다.

 

 

딱히 심오한 무슨 철학적인 사상이나 이념이 있었던 것도 아닌데,

 

그 해 여름에 맞이한 5.18때문이었는지 몰라도 하여튼 하루 한 페이지도 넘기지 못하면서...

아니 한 페이지를 넘겨 다음 페이지를 넘어가면 앞 페이지에 무슨 내용이 있었는지 기억도 못하면서...

 

그렇게 방학을 맞이하는 순간까지 가지고 다니던 그 책에서 ...

 

로마신화 속의 시지프스가 신들에게 딥따 까불다가 형벌로서

산꼭대기까지 바위를 밀어 올려야하는 형벌을 받았는데,

그렇게 밀어 올린 바위는 다시 반대편으로 굴러 떨어지는 반복된 생활...

차라리 죽는 것 보다 못한 그러한 형벌 속에 희열을 느끼는 부조리한 삶이 어쩌구 저쩌구...

 

 

어쩌면 오늘 걸어야 할 길이 고등학생 시절 우연히 접한 시지프스에게 내려진 형벌과 같이 느껴졌고,

그렇다면 그것을 고통이 아닌 희열을 느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즐기자.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는 그대로 온전히 수용하다보면 언젠가는 끝이 날테니...

끝이 없이 반복되는 어쩌면 지금도 반복하고 있을지도 모르는

지옥을 겪고 있는 시지프스보다는 우린 그 끝이 있으니 그 얼마나 다행인가.

 

 

오늘 구간엔 지난 구간 불참한 백갈매기형님이 다시 구간으로 참여하셨고,

효월대장님과 9988234님과 왕도사님 그리고 애프리님이라는 분이 동참하셨다.

나름 장거리 산행에 일가견이 있는 분들이신 듯... 포스가 장난이 아니시다.^^

 

 

댓재에 도착하니 3시가 다 되어 가고, 짐을 챙겨 버스에서 내리니

지난번에 만난 정상석이 어슴프레하게 보인다.

 

 

하늘을 보니 구름이 잔뜩 끼어 있는지 별들이 하나도 보이지 않고,

탑처럼 생긴 온도계는 현재온도 12도를 가리키고 있다.

 

 

몸으로 느껴지는 새벽 공기가 제법 쌀쌀하다.

배낭 속에 추울 것을 대비해 방한복을 챙겨왔지만 그러나 그냥 진행하기로 한다.

 

어차피 얼마 지나지않아 금방 더워질테니까...

 

 

이윽고 3시가 되면서 선두가 출발하기 시작하고 ...

들머리에 진입하자마자 곧바로 된비알을 올라채기 시작한다.

 

대략 약 200여미터의 고도를 올라채니 첫번째 봉우리 황장산이다.

현재시각 03:17...

 

 

댓재에서 여기까지 600미터 큰재까지 4.4키로를 가리키고 있다.

그러나 시작한지 20여분밖에 안돼서인지...

아니면 정상석도 없는 허접한 산이어서 그런지 그냥 패스...

 

 

이어지는 야트막한 내리막길과 다시 급하게 치고 올라가는 된비알의 반복...

과연 몇 개나 되는지 헤아려보려 했지만 역시 쓸데없는 무용지물...

그냥 현재 내 위치가 어디쯤일까 파악하는 것이 더욱더 현명한 방법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구간엔 적당한 위치에 이정표가 있는 것이 큰 위안이다.

그렇게 두어 개의 이정표를 확인하고 가쁜 숨을 몰아쉬며 올라채니 1069...

현재시각 04:00분...

 

 

항상 그렇듯 깜깜한 어둠속에서는 보이는 것이 하나도 없으니 그냥 또 다시 진행...

또 다시 두어 개의 이정표를 확인하고 도착한 곳이 드디어 큰재...

현재시각 04:31...

 

 

댓재에서 여기까지 5키로... 대략 1시간 30분 정도 소요되었다.

여기서 덕항산까지 6.8키로 남았단다.

 

 

또 다시 반복되는 오르내리막 속에 대략 1.8키로 진행하니, 귀네미마을로 향하는 갈림길이 나오고 ...

현재시각 05:01...

 

 

환한 대낮이면 12일이 촬영되었다는 귀네미골과

이승기가 심었다는 느티나무를 확인할 수 있었을지 모르겠는데

지금은 어둠속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다시 또 오르내리막을 약1.6키로 정도 진행하니 자암재다.

현재시각 05:27...

 

 

여기서 좌측으로 1.7키로를 내려서면 동양 최대의 규모를 자랑한다는 환선굴이 있단다.

저 멀리 아래로 가로등이 환하게 밝혀진 도로가 환선굴 진입로라고...

 

담에 한번 와 봐야지 하는 기약없는 다짐을 하며 또 다시 그냥 패스...

 

 

자암재를 지나 바로 앞 야트막한 된비알을 넘고서 20여분 진행하다가

가파른 된비알을 올라채니 여기가 바로 지각산 환선봉이다.

현재시각 06:04...

 

 

환선봉이 있어서 환선굴이라 했는지 환선굴이 있어서 환선봉이라 했는지...

지각산의 유래는 왜 지각산인지...

 

 

우린 1분당 만원이라는 벌금때문에 좀처럼 지각하지 않는데...ㅎㅎㅎ

 

이 산은 얼마나 많은 지각을 했길래 지각산이 되었을까.

어쩌면 이 산도 산들 세계에서 왕따 당하지나 않았을까...ㅎㅎㅎ

 

 

그러나 ...

이 지각산은 그런 지각이 아닌 모양이다.

 

일명 찌걱산이라 불리기도 했다는 이 산은 광동호와 인접해 있으면서,

수려한 자연 경관으로 지나가는 사람들의 발길을 붙잡는다고...

그 계곡으로 들어선 남녀 관광객들은 수려한 경관에 심취되어 꼭 일(?)을 낸다고...ㅎㅎㅎ

 

 

오호라~!

그래서 찌걱산으로 불렸구나...

젊은 남녀의 마음을 찌걱거리게 해서...

외간 남녀의 마음을 찌걱거리게 해서...

 

그리고 너 자신을 알라는 의미에서 지각산으로 불렸는지도 모르겠다.

 

하여튼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나 혼자 생각해 본 상상일 뿐...

 

 

우린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어둠속에서 환선봉 정상석을 배경으로 인증샷을 날리고,

비로소 처음으로 베낭을 열고 간식을 먹는다.

 

 

간식이래야 식빵 한 개와 물로 간단하게 요기를 하고 또 다시 출발...

 

여기서 다음 목적지 덕항산까지는 약 1.8키로...

서서히 여명은 밝아오고...

 

두어 개의 이정표를 지나고 드디어 덕항산(1071)에 도착...

현재시각 06:43...

 

 

여기서 우린 정상석을 앞에 두고 떼사진과 개인 인증샷을 날리고,

다시 출발하여 오늘의 아침식사 예정지인 구부시령으로 향한다.

 

 

이곳 덕항산에서 구부시령까지 대략1.1키로...

여전히 반복되는 급경사의 내리막과 약간의 오르막 후에 도착한 곳 구부시령...

현재시각 07:04

 

 

댓재에서 출발해서 약 4시간 만에 구부시령에 도착했다.

댓재에서 여기까지 12.9키로...

여기서 건의령까지 6.8키로...

여기서 피재까지는 13.3키로...

 

 

9명의 남편을 거느렸다는 구부시령에서 아침을 먹으면

우리네 남정네들에게 득이 될까 실이 될까...

 

아무렴 어떠랴...

 

지금 내게 필요한 건 뭐?

그건 지금 당장 내 허기를 달래줄 일용할 양식... ㅎㅎㅎ

 

 

날씨가 다소 쌀쌀하게 느껴지는 전형적인 가을을 느끼며...

아침을 꺼내 먹는다.

 

다음 구간부터는 보온도시락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문득 든다.

 

 

이어 거보대장님을 필두로 한 선두가 출발 준비를 서두르고...

그 뒤를 온당님, 백갈매기형님, 그리고 오늘 새로 오신 애프리님이 뒤를 따른다.

 

 

지그림자형님, 얄개형님, 그리고 허구현님도 내게 눈짓을 한다.

빨리 따라나서자고...

 

 

그러나 난 아직도 도시락을 먹는 중이고...

오늘은 맨 꼴찌로 출발해서 과연 선두와 얼마나 근접하게 진행할 수 있는지

시험해보고 싶어서 먼저 출발하라고 했다.

 

 

선두가 출발하고 나니 한 사람 두 사람 주섬주섬 보따리를 매더니 떠나기 시작한다.

 

 

아하~!

선두가 출발하고 나면 그 후미의 풍경은 이렇구나.

 

 

그동안 맨 먼저 출발할 때는 몰랐던 후미만의 풍경을 직접 눈으로 살피니 그것도 재미있다.

선두출발 후 약 5분여가 지나고 있는 시점에서 드디어 들플형님과 함께 나도 출발을 준비한다.

 

 

과연 내가 들플형님을 따라갈 수 있을까...

하는 걱정과 함께...

 

까짓거 가는 데까지 따라가 보지 뭐~!

하는 의욕을 다져본다.

 

 

내 뒤로 짱님과 천문대장님만을 남기고 본격적으로 출발을 한다.

바로 앞서가는 여래향님과 푸른향님을 따라서...

 

 

첫 번째 된비알을 앞두고...

여래향님과 푸른향님께서도 비켜주시고...

 

 

두 번째 된비알을 앞두고...

으뜸상수형님과 에코회장님께서 비켜주시고...

바위산형님도 비켜주시고...

바이올린누님도 비껴주시고...

 

 

매뉴얼형님과 나란히 진행하며 두 번째 봉우리를 넘어 내리막길에서

앞서가시던 들플형님이 갑자기 미끄러져 주저앉는다.

 

 

그런데 발목이 꺽였다며 절뚝거리며 진행한다.

상태가 심상치 않은지 나보고 먼저가라고 하신다.

 

 

걱정은 되었지만 달리 내가 해 줄 방법이 없어서 그냥 먼저 진행한다.

 

 

다음 봉우리에서 아끼라님과 홍원님을 만나 추월하고...

 

한의령 4.5키로지점을 통과하면서 앞서가는 특부형님과 쿠키누님을 만난다.

 

그런데... 쿠키누님마저 넘어지면서 다쳤는지 얼굴에 생채기가 남았단다.ㅠㅠ

 

 

오호 통재라~!

오늘 이상하게 많이 다치는 날인가...

 

 

더욱 조심해야겠다고 맘을 다지며 조심스럽게 내리막을 진행하며 나아가는데...

08:10분에 석희봉(1017)을 지나고...

 

내리막길에 접어들어 나아가니 앞에 아카데미님과 버팔로형님이 가고 계신다.

 

 

~! 잘 됐다.

 

혹시나 해서 들플형님에 대해 얘기하고 구급약을 물어보니,

 

당근~!

진통제와 접질린데 바르는 파스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역쉬~!

 

그런데 약을 어떻게 전달할까 고민하고 있는데,

바로 앞에 한의령까지 3.0키로 남았다는 이정표가 나온다.

 

 

여기에다 매달아 놓고서 뒤에 계시는 천문대장님께 연락을 취하려고 했으나,

전화가 불통되어 여의치 않고 어떻게 할까 망설이다 그냥 기다리기로 하고 기다리고 있는데,

 

 

조금 전에 추월했던 특부님과 쿠키누님이 지나가고,

아끼라님과 홍원님도 다시 지나가고,

바위산형님과 으뜸상수형님도 지나가고,

바이올린누님도 지나가신다.

 

 

이어 매뉴얼형님이 나타나시고 뒤이어 들플형님이 모습을 나타내신다.

많이 고통스러우신 듯 일그러진 표정이 마음이 안타깝다.

 

 

그래도 다행히 아카데미님께서 진통제도 주시고,

물파스와 접착식 파스로 처치하고 마지막으로 붕대로 감싸 발목을 보호하고서

신발을 신는 모습을 보며 나는 또 다시 선두를 쫒아 먼저 출발을 서두른다.

 

 

이미 많이 지체되어 서둘러 진행하다보니,

다시 조금 전 앞서가시던 분들을 다시 추월하면서 나아가는데, 군데군데 단풍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없는 실력에 카메라에 담아보며 바쁜 걸음을 옮기다보니 어느새 푯대봉 삼거리...

현재시각 09:13

 

 

앞서가던 매뉴얼형님과 홍원님과 아끼라님을 다시 조우하고,

대간길에서 우측으로 100여미터 비켜난 푯대봉에서 바위산형님과 만나 인증샷을 날리고,

건의령(한의령)을 향해 다시 급한 발걸음을 날리니...

 

802봉을 지나 내리막을 내려서니 건의령이다.

현재시각 09:31...

 

 

지난 겨울 싸리재에서 북진을 시작하여 피재를 지나 이곳 건의령까지 진행했던 기억이 새롭다.

 

여기서 우측으로 내려갔었지...

그때는 눈에 덮여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었는데...

지금은 목책으로 만들어진 길이 시원하게 잘 보인다.

 

 

건의령에서 바위산형님과 서로 인증샷을 교환한 후,

다시 출발...

 

여기서 피재까지는 대략 6.5키로...

 

부지런히 걷다보니 저만치 앞에 우리 대간팀의 왕언니 바이올린님께서 꾸준히 진행하고 계신다.

 

참 대단하다.

빠르지는 않지만 정말 꾸준히 진행하시는 모습이 존경스럽다.

삼수령 2.8키로 지점에서 인증샷을 날려주고, 우리는 또 다시 추월하여 앞으로 나아간다.

 

 

얼마 지나지 않아 또 다시 만난 된비알에서 앞서 가시는 분을 만나니,

이번엔 우리 대간팀의 최고 연장자이시자 대간팀의 정신적 지주 에코회장님이시다.

 

 

지난 북진 때는 항상 중간에서 진행할 정도로 체력적으로 강한 분이신데...

요즘은 상당히 애를 쓰시는 데도 꼴찌를 면하기가 상당히 버거우신 듯...ㅠㅠ

그 만큼 우리 대간팀이 강해졌다는 얘기...ㅎㅎㅎ

 

따라서 사람을 모집할 때 지구력은 있으나 속도는 다소 느린 사람으로 보충해야할 듯...

 

이윽고 도착한 오르막 끝에서 매뉴얼형님과 으뜸상수형님,

그리고 쿠키누님과 특부형님이 함께 잠시 쉬고 있다.

그런데 으뜸상수형님의 표정을 보니 많이 힘들어하신다.

 

 

곧바로 매뉴얼형님과 함께 다시 또 진행하니,

이번엔 좌측으로 많은 나무들이 비스듬이 넘어진 채 일어나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얼마 전 태풍 때 쓰러졌나,

아니면 지난 겨울 폭설로 쓰러져서 아직 일어나지 못하고 있나...

 

 

이윽고 삼수령 800미터를 남기고 만난 임도와

다시 400미터를 남기고 숲길로 접어들어 진행하다보니

팔각정이 나오고, 드디어 피재에 도착하니 현재시각 11:05...

 

 

매뉴얼형님과 인증샷을 나누고...

물을 보충하기위해 버스로 갔더니 이미 선두에서 다 먹어치웠는지 하나도 남지 않았다.ㅠㅠ

 

 

아직 배낭 속에 물이 있지만, 아무래도 부족할 것 같은데...

어쩔 수 없지.ㅠㅠ

 

 

일단 여기서 빵으로 요기를 하는데 다소 현기증이 난다.

아차~! 오늘 간식 먹을 타이밍을 조금 놓쳤구나...

 

하는 생각이 들자 잠깐 쉬었다가 올라가기로 한다.

 

장거리 산행시 철칙중의 하나가 목마르기전에 물로 목을 축이고,

배고프기 전에 꾸준히 영양분을 섭취해야 한다는 것...

그래야 급격한 체력저하없이 꾸준히 산행을 지속할 수 있다.

 

그런데 그 사소한...,

그러나 엄청나게 중요한 철칙을 선두를 따라잡겠다는 의욕이 너무 앞서다보니

순간적으로 망각한 것...ㅠㅠ

 

 

바이올린 누님이 먼저 출발하고,

뒤이어 매뉴얼형님과 에코회장님을 먼저 보내고...

 

20여분을 충분히 쉰 후 나는 바위산형님과 으뜸상수형님과 같이 진행한다.

조금 전 상태로 봐서는 으뜸상수형님이 여기서 멈출 줄 알았는데, 역시 대단한 근성이다.

 

 

임도따라 약100여미터 오르다가 좌측으로 꺽어 숲으로 들어서고,

숲으로 접어들면서 계단에 앉아 후미도 기다릴 겸,

바위산형님이 가져오신 떡으로 잠깐 요기를 한다.

 

그런데 아무리 기다려도 아무도 나타나지 않는다.

 

10여분을 기다리다 하는 수 없이 우리 셋이 그냥 진행하기로 하고,

오르막을 오르다 임도를 지나 대간길로 접어들어 쭈욱 올라서니 낙동정맥분기점이 나온다.

현재시각 12:00

 

 

인증샷을 남기고 곧바로 다시 진행하여 오르막을 올라채니 고냉지채소밭이 펼쳐지고,

지난 겨울 눈에 덮여있던 채소밭과 저 멀리 풍력발전기들이 눈앞에 펼쳐진다.

 

 

임도와 채소밭 가장자리길을 지나다가 독립가옥을 지나다보니 마침 프라스틱 대야통에 물이 가득하다.

 

 

옳다구나. 잘됐다. 여기서 물을 보충하자.

 

 

이어진 숲길을 올라가다보니 맞은편에서 내려오던 산객들 중 한분이 내게 아는 체한다.

자신은 석산봉이며, 지난 두타-청옥 구간을 같이 한 적이 있단다.

 

 

이름을 들으니 알 것 같았다.

지난 4월 중순 대간4기북진때 두타-청옥구간을 같이 진행하면서

덜덜떨며 아침을 먹고 비닐장갑을 나눠끼던...ㅋㅋㅋ

 

 

거친 숨을 몰아쉬며 오르막을 올라채니 드디어 매봉산(천의봉)(1333)이다.

현재시각 12:31

 

 

그런데 얄개형님에게서 전화가 왔다.

지금 어디냐고 했더니 비단봉이란다.

올라가는데 죽는줄 알았다고...ㅠㅠ

 

 

지도를 보니 여기서 비단봉까지 대략 3키로 정도 대략 1시간 정도 떨어진 것 같다.

이렇게나 많이 차이가 나다니...

 

그러나 아직 우리 뒤에 후미가 많이 남아 있으니,

우리 셋은 그냥 풍경을 충분히 즐기면서 가자고 한다.

 

 

이어 매봉산 풍력발전단지를 지나고, 하늘다음 태백... 바람의 언덕도 지나고...

이어 백두대간매봉산정상석에 도착하니 12:52분이다.

 

 

그런데 이번엔 천문대장님께서 전화가 온 모양...

쿠키누님이 스틱을 놓고 왔단다.

그리고 우리가 제일 후미란다.

 

 

이거이 뭔일... ㅠㅠ

분명히 우리 뒤로 아끼라님, 홍원님, 아카데미님, 여래향님, 푸른향님, 짱님,

효월대장님, 들플형님, 천문대장님 등 많은 분들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우리가 제일 후미라니...

그럼 우리 뒤를 따르던 사람들은 전부 피재에서 멈췄다는 말인가.

 

 

~!

 

갑자기 맘이 급해지면서, 쿠키누님의 스틱을 찾아들고 부랴부랴 내리막길을 내려서니

토요일을 맞아 수많은 학생들이 소풍을 왔는지 많은 수의 학생들이 올라오고 있다.

 

 

그리고 저만치 천문대장님이 혼자서 앉아 있는 모습이 보인다.

우릴 기다리고 있다.

 

 

선두와의 거리가 너무 떨어졌다고 생각하니 맘이 조급해져,

속도를 내어 오르막을 올라채니 숨이 턱에 차오르고...

드디어 비단봉(1279)에 도착하니 13:23...

 

 

이어진 내리막을 따라 부지런히 달려... 아니... 걸어서...

쑤아밭령을 지나고 1233봉도 지나고 1256봉을 지나고...

 

마지막 금대봉을 향해 부지런히 올라가는데,

저만치 앞쪽에 에코회장님과 매뉴얼형님, 쿠키누님과 특부형님, 여래향님과 푸른향님이 보이고,

그리고 거기에 거보대장님과 짱님이 보이신다.

 

 

거보대장님과 짱님이 여기까지 맥주봉사를 오셨단다.ㅠㅠ

 

 

시원한 맥주를 두 컵이나 들이키고 금대봉(1418)봉에 올라 정상을 찍으니 14:29...

그리고 일사천리로 급히 내려와 두문동재에 도착하니 모두들 우리가 내려오길 학수고대하고 있다.

 

 

~! 통재라~!

졸지에 꼴찌가 되고 말았다. ㅠㅠ

 

이런 낭패가... ㅠㅠ

 

도대체 어디서 우리가 추월당했단 말인가.

 

이를 두고 늦은 점심을 하면서 설전을 벌였는데...

바위산형님과 으뜸상수형님 그리고 나는 숲길을 살방살방 걸어 매봉산을 들렀고,

나머지 후미는 임도따라 걸어서 백두대간매봉산정상석으로 곧바로 추월해 갔었던 모양...

 

 

담 구간에서 기필코 다시 명예회복을 하고 말리라...

담 구간에서도 나의 선두탈환 도전은 계속된다.

 

모두들 수고하셨습니다.^^

 

 

PS

오늘의 코스에 대해 나름 분석해보면

전반부 댓재에서 피재까지는 50미터미만의 고도차를 가진 야트막한 된비알이 약20여개...

50미터 이상의 고도차를 가진 된비알이 10여개이상이 반복되는 형상이고

후반부 피재에서 두문동재까지는 매봉과 비단봉 금대봉 등 비교적 200여미터 이상의 된비알을 가진 형상으로서

 

권투로 보자면

초반부엔 잽과 스트레이트로 이루어져 있고,

후반부엔 비교적 묵직한 어퍼컷과 훅으로 구성된 모양새로 평할 수 있을 듯...

 

이것이 만약 반대였다면 어떠했을까요.

어떤 것이 더 유리했을지...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