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 이야기
12/09/15 대간 남진 그 여덟 번째 백봉령에서 댓재까지(28키로)
송암62
2012. 9. 25. 08:32
12/09/15 대간 남진 그 여덟 번째 백봉령에서 댓재까지
▷ 일 시 : 2012. 09. 14~15.(금~토)
▷ 산행거리 : 28.62km
▷ 산행시간 : 10시간 55분(선두 09:50, 후미 11:10)
▷ 산행코스 : 백봉령 ~ 원방재 ~ 상월산 ~ 이기령 ~ 갈미봉 ~ 고적대 ~ 연칠성령 ~ 청옥산 ~ 박달령 ~ 두타산 ~ 명주목이 ~ 햇댓등 ~ 댓재
오늘은
무척 바쁘다.
참 애매하게도 둘째주 금요일과 셋째주 토요일이 이어지는 오늘...
매달 둘째주 금요일 저녁엔 수영회원 계모임이 있고
셋째주 토요일 전날은 대간가는 날...
그러다 보니 오늘 저녁은 수영회원 계모임과 대간 출발이 겹쳐진 날인 것...
둘다 나로선 빠질 수 없는 중요한 행사...
보통 다음날 새벽까지 이어지는 수영회원 계모임을 사전에 양해를 구해 최대한 빨리 1차만으로 끝내고 ...ㅠㅠ
최대한 신속하게 집으로 이동하여 어제 저녁 미리 꾸려둔 배낭에 물과 도시락만 넣고 사당으로 간다.
9월 중순이 되면서 조석으로 일교차도 심한데...
연이어 발생한 태풍으로 인해 가을이 성큼 다가온 상태에서 추워질 것을 우려하여 따뜻한 옷을 준비하라는 공지까지 뜬다.
며칠 전부터 살펴온 삼척과 태백지역에 대한 기상대의 예보는 비가 온단다.
하필 이럴 때...ㅠㅠ
난이도도 상대적으로 높다고 알려진 구간인데...
날씨도 추워지는데...
설상가상으로 비까지 온다면...ㅠㅠ
문득 지난 4월 중순에 북진하던 때가 떠올라 몸서리가 쳐진다.
그때도 비가 오고 날씨가 추워 엄청 고생을 많이 했었는데...ㅠㅠ
그 악명높았던 구간을 비슷한 날씨에 이번엔 거꾸로 진행한다.
사당에 도착하니 버스가 와 있고,
많은 분들이 벌써 도착해서 자리를 잡고 앉아있다.
그런데 오늘 반가운 얼굴이 보인다.
다름아닌 거보대장님의 짝꿍 슈퍼맘님...^^
지난 7월 오대명산 덕유산구간에서 뵙고 지금 보니 거의 2달만이다.^^
옆자리 빈자리를 채우려는 거보대장님의 총무로서의 눈물겨운 투혼일까
아니면 버팔로-아카데미님, 얄개-꽃잔디님의 커플이 부러워서일까 자못 궁금해진다.^^
그리고 또 한 분...
살방유끼리더이신 마바르대장님...
현재 대간 6기팀을 데리고 백두대간북진을 지휘하고 계신 분...
그동안 살방유끼를 표방하며 초급자들을 데리고 저 아래 지리산 천왕봉에서 부터 올라오고 계시는 ...
중급이상의 5기팀과 다르게
초급자들이 많다보니 속도도 느리고 진행구간도 다소 짧은...
아직 장거리 산행이 익숙치 않아 산우님들의 안전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한 ...
그만큼 정이 많아 매 구간마다 음식들을 바리바리싸와 가는 날 마다 잔칫집 분위기라고 자랑이 이만 저만이 아니다...^^
가만...
대간 6기가 살방살방산행을 표방하는 살방유끼라면...
우리 대간 5기에 걸맞는 칭호는...?
질주본능오기 질본오기?
질주오기 질쪼기?
무한질주오기
쫌 그렇다...ㅠㅠ
내가 생각해도 난 참 작명실력이 영~~~~ 꽝이다.ㅠㅠ
하여튼 우리도 우리 팀에 걸맞는 적절한 칭호를 만들었으면 좋겠다.^^
하늘엔 구름이 가득하고...
서울엔 비가 오지 않는데...
현지에선 비가 온다는 기상예보가 마음을 졸이게 한다.
정시에 출발한 버스가 새벽 1시경 강릉휴게소에 도착해서 날씨를 보니 하늘엔 구름이 많아 별과 달이 보이지 않지만 다행히 비는 오지 않는다.
제발~ 이대로 갔으면...
8구간째 접어들면서 우린 이제 강원도 남쪽 끝자락에 위치하고 있다.
어쩌면 이곳 강릉휴게소도 아마 오늘까지만 이용하고 다음 구간부턴 더 아래쪽에 위치한 휴게소를 이용할지도 모른다 싶으니 다시 한번 이 휴게소를 둘러보게 된다.
간단하게 요기를 마치고 다시 출발해서 도착한 들머리 백봉령...
비몽사몽간에 깨어나 제일 먼저 창문열고 손을 내밀어 비가오는지 확인해보는데...
그러나 조심스럽게 비가 오지 않길 기대하던 내 바램은 무참하게 깨어지고 비가 내리고 있다.
이런 젠장...ㅠㅠ
비록 많은 양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그냥 맞고 진행하기에는 다소 부담스러운...
상당히 애매한 양의 비가 내리고 있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내리면 내리는 대로 맞고 그냥 진행하는 것이 우리 대간꾼인걸...ㅠㅠ
지난 구간에서 네번이나 미끄러져 넘어지며 과감하게 새로이 개비한 등산화에다가
그리고 역시 회사근처 유명메이커 매장에서 쓸데없는 만용(?)으로 거금을 투자해 새로 장만한 우비까지 꺼내입고
최근 새로 구입한 신발덮개까지 무장하고서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버스에서 내려서서 들머리에 들어서니 2시53분...
선두부터 27명이 진행하는데 21번째로 진행...
오늘은 들머리인 백봉령에서 시작해서 원방재와 이기령을 지나 갈미봉을 올라채고 고적대와 청옥산, 두타산 등 해동 삼봉을 지나 댓재까지 약 28키로를 진행한다.
지난 6, 7구간과 비교해서 상대적으로 거리는 짧지만, 워낙 난이도가 높기로 유명한 산이라 긴장이 많이 되는 것이 사실이다.
등산로는 비교적 숲이 많이 우거져 있고 잡목들로 인해 진행에 방해를 받는다.
조금 더 진행하니 이번엔 산죽들이 늘어서서 우리가 스칠 때마다 이슬과 습기를 제공하니 바지는 어느새 축축해지고...
그러나 다행히 지난 구간에서 네번이나 미끄러지면서 과감하게 새로 개비한 등산화 덕택에 아직까진 발이 뽀송뽀송...
얼마나 진행했을까
갑자기 전방에서 대간길의 나이팅게일로 통하는 아카데미님을 찾는 목소리가 다급하다.
누군가 다쳤나 보다. 누굴까. 얼마나 다쳤을까.
긴장하며 살피는데...
이런~!
우리 대간팀의 가장 연장자이자 정신적인 지주이신 에코회장님이시다.
어둠속에 희미하게 보이는 것이 미간을 다쳤는지 미간사이가 붉게 충혈되어 있다.
문득 작년에 조침령-한계령 구간에서 눈동자를 다쳐 고생했던 매뉴얼형님이 떠오르며
천만다행으로 회장님은 눈동자가 아닌 미간임을 확인하고는 가슴을 쓸어내린다.
아카데미님이 노련한 솜씨로 재빨리 응급처치를 하고 다시 산행은 시작되고...
그렇고 그런 봉우리를 넘고 넘어 1시간10분여 경과시점에 987봉을 지나고
다시 1시간이 경과된 시점에 1022봉을 지나고
쉬지않고 진행하여 원방재에 도착...
총진행거리 7.2키로 진행...
소요시간 대략 3시간 가량 소요되었다.
오늘 산행거리의 약 1/4정도 진행...
시속 2.5키로 정도...
생각보다 진행속도가 더디다.
어쩌면 에코회장님이 부상당하면서 잠깐 멈춰섰던 영향일까.
아직 본격적인 난이도는 시작되지 않았는데...
진짜 중요한 고비는 갈미봉부터 시작되는 고적대와 청옥산, 두타산의 세 개의 봉우리인데...
하여튼 호흡을 조절하며 천천히 진행하기로 한다.
원방재에서 경태님이 주신 사과로 간단하게 요기하고 다시 출발...
서서히 여명이 밝아오고...
이제 상월산을 향해 오르막을 오르기 시작한다.
이곳 원방재에서 상월산까지는 대략 1.2키로 정도...
비교적 가파른 등로를 올라채며 진행해야 한다.
지난 겨울 이곳을 지날 때 우리의 진행을 더디게 했던 쓰러진 나무들...
그러나 그 나무들이 상당수 베어져 한쪽에 가지런히 놓여있다.
다행이다...
우리의 등로를 가로막고 있을 줄 알았던 상당수의 나무들이 치워져 있다는 것은 어쩌면 우리에겐 행운...
산림청 직원들이 고생께나 했을 듯...^^
상월산 정상을 올라채니 비록 날씨는 흐리지만 저멀리 마루금에 운무가 걸쳐져 있다.
공기는 시원하고...
우려했던 비도 그쳐 우비를 벗어버린지도 오래되었다.
다시 또 진행하여 이기령을 향해 출발...
이기령까지는 1.6키로정도...
이어진 내리막을 따라 이기령에 도착하여 기록을 살피니
현재시각 7시를 향하고 있고
총 산행시간은 대략 4시간05분을 경과하고 있다...
여기서 잠시 쉬어가나 했더니 원방재에서 쉬어서 그런지 그냥 진행한다.
그래서 나도 곧바로 따라서 출발...
이정표를 보니 여기서 고적대까지 대략 6.6키로 정도 남았다.
배는 고파오고...
도대체 아침은 어디서 먹을까...
설마 갈미봉까지 가서 아침을 먹으려면 지금쯤 간식을 조금 먹어둬야 할텐데...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진행하고 있는데 오르막 쉼터에서 선두가 멈춰서며 짐을 푼다.
오호 여기서 아침을 먹는구나...
다행이다...
먹는 만큼 간다고 했으니 일단 배부터 채우고 보자.
모처럼 거보대장님도 형수님과 도시락을 드시고 ....
난 나대로 도시락팀에 합류하여 아침을 먹는다.
"우리 살방유끼에서는 도시락이 필요없는데..."
문득 옆에서 식사하시던 마바르대장님이 한 말씀하신다.^^
워낙 많은 분들이 서로 나누어 먹으려고 바리바리 싸오다보니 마바르대장님은 도시락이 없어도 풍족하게 식사를 할 수 있다는 것...^^
반면 우리는 상대적으로 장거리를 종주하다보니 개인마다 가능한한 배낭무게를 줄이기 위해 최소한으로 준비하다보니
살방유끼같은 그런 풍족함은 기대하기 곤란하다.^^
한편으론 부럽지만 그렇다고 그렇게 하고싶은 생각은 별로 들지 않는다.^^
밥을 다 먹고나서 본격적으로 출발준비를 하면서 문득 천문대장님의 모습이 눈에 띄어 슬쩍 보니...
헐~!
완전히 물에 빠진 생쥐꼴이다.
상의부터 하의까지...
신발은 물론 양말까지...ㅠㅠ
양말을 벗어 비틀어 짜니 물속에서 막 꺼낸 것 마냥 흥건하다.
어찌된거냐고 물으니...
"너도 나중에 선두 서 보면 알게돼..."
하시며 빙긋이 웃는다.
아~! 그렇구나.
새벽 이슬을 잔뜩 머금은 잡목지대를 지나오면서 길을 개척하신 대장님은
나뭇가지에 맺힌 이슬을 온전히 몸으로 훑으며 지나온 것...
후미로 진행했던 난 선두가 다 훑고 지나간 후 약간 맺힌 이슬에 살짝 젖은 것일 뿐...
난 그동안 리딩하시는 분은 눈길을 러셀하는 것만 힘든 줄 알았는데...
대간길의 리딩이란 항상 힘들다는 것을 오늘 비로소 깨닫는다.
이정표를 보니 대략 고적대까지 5.5키로를 남기고 있다.
아침을 먹고 나니 드디어 질주본능인 허구현님이 지그림자형님과 먼저 나서고...
아카데미님과 버팔로다형님도 나서고 나도 따라서 나선다.
그런데 아직 거보대장님은 움직임이 없다.
아마 형수님 때문이리라...
평소와 달리 빵으로 때우지 않고 오늘은 형수님과 같이 제대로 된 점심을 먹고 계시는 중...ㅋㅋㅋ
그러나 질주본능이 어디 가겠는가!
출발한지 20여분 정도 경과되어 한참 오르막을 힘들게 진행하고 있는데
우리 거보대장님 금방 뒤따라 오더니 아주 간단하게 우리를 추월해 나간다.ㅠㅠ
헐...
아니! 대장님!
형수님은 어쩌시구요. ㅠㅠ
하고 물으니...
애뫼형님에게 인계했다나...ㅠㅠ
그럼 그렇지...
형수님 계신다고 선두를 향한 질주본능이 꺾이실 분이 아니시지...ㅠㅠ
일단 먼저 가실 분들인 거보대장님과 들플형님을 먼저 보내고...
지그림자형님과 허구현님도 그 뒤를 따르고...
그런데 오늘 특이한 점은 버팔로다형님과 아카데미님이 선두그룹으로 복귀했다...^^
갈미봉까지는 대략 3키로 정도 계속되는 오르막...
식사를 막 하고 나서 만나는 오르막은 여전히 힘들다.
오르막 속에 약간의 내리막을 몇 번을 반복하며 가쁜 숨을 내쉬며 정상에 올라서니 드디어 갈미봉 정상(1260)이다.
현재시각 08시30분을 지나고 있고,
총 산행시간 05시간35분...
일단 첫 번째 된비알은 넘어섰다.
여기서 고적대까지는 대략 2.5키로 높낮이가 상대적으로 심하지 않다.
인증샷을 남기고...
다시 진행...
선두그룹을 보내고...
천천히 호흡을 조절하며 내리막길에 접어들어 내려선다.
다행히 새로 산 신발때문인지
아니면 길이 상대적으로 지난 구간보다 좋아서 인지
미끄럽지 않아 천만 다행이긴 하나
새로운 신발에 적응이 다소 부족해서일까 계속 발에 신경이 쓰인다.
그래서일까 어느 순간 정신차리고 보니 나 혼자 산행을 하고 있다.
호오~!
나홀로 산행을 만끽이라도 할 겸 조금만 하늘이 열리면 카메라를 눌러댄다.
이정표만 봐도 찍고
요상하게 생긴 나무만 봐도 찍어보고...
이 기회에 제대로 된 찍사로도 한번 데뷔해 볼까...ㅋㅋㅋ
날씨만 좋았다면 저 아래 무릉계곡을 바라볼 수 있을 텐데...
하는 여운이 남는다.
한참을 진행하다보니 저만치 앞서가는 특부형님이 보인다.
그런데 오늘은 쿠키누님이 안보인다.
어쩐 일이냐고 했더니 쿠키누님을 마바르대장님께 인계하고 왔단다. ㅋㅋㅋ
오호라~!
본격적으로 특부형님도 선두 질주대열에 합류하기 위해 쿠키누님을 뒤로 두고 오셨나 보다...ㅋㅋㅋ
거보대장님도 그렇고...
특부형님도 그렇고...
오늘 선두경쟁이 제법 치열한가...
나름 빡쎄다는 두타청옥구간을 제대로 도전하려고 작심을 했나보다...
하여튼 특부형님을 추월하여 앞서 나가고...
이어진 능선을 따라 진행하다가 내려서서 다시 오르막을 만나니 아마 이곳이 고적대이리라.
이곳은 그나마 공갈봉(?)이 상대적으로 적어 반복되는 오르내리막으로 인해 지치는 일이 적은 것이 그나마 다행이라면 다행...
가파른 오르막을 올라채니 드디어 고적대(1353)다.
동해시와 삼척시, 정선군의 분수령을 이루는 산으로, 기암절벽이 대를 이루어 신라 고승 의상대사가 수행하였다고 전해지고 있는...
동쪽으로 펼쳐진 청옥산, 두타산과 아울러 해동삼봉이라 일컬어지며, 신선이 산다는 무릉계곡의 시발점이 되는 명산으로 높고 험준하여 드나드는 사람들의 많은 애환이 서린 곳...
지금 당장 이곳을 찾은 나 역시 가쁜 숨을 몰아쉬는 것을 보니 애환이 많이 서릴만 하다고 생각된다. ㅠㅠ
그런데 혹시나 하며 이곳에 있으리라 생각했던 선두그룹은 역시나 이미 떠나고 없다.
여기서 청옥산까지는 2.3키로 정도...
할 수 없이 인증샷을 포기하고, 그냥 가나 망설이고 있는데, 저만치 아래에서 누군가 올라오는 소리가 들린다.
아~! 얄개형님부부다.
갈미봉에서 출발할 때 바로 뒤 따라오던 것이 생각났다.
아니나 다를까 얄개형님과 형수님이 가쁜 숨을 몰아쉬며 오르막을 올라오고 계신다.
인증샷과 함께 간단하게 목도 축이고...
다시 얄개형님내외를 뒤로하고 선두를 잡으러 출발...
이곳 고적대는 암벽으로 이루어져 있어서 내리막길에 밧줄을 잡고 내려가야 한다.
지난 겨울 이곳을 밧줄잡고 올라오던 기억이 새롭다.
손이 시려 엄청나게 고생했던...
지금은 그나마 다행이다.
그런데 반대쪽에서 올라오고 있는 산객들이 있어 물어보니
백두대간을 북진하는 사람으로서 댓재에서 4시에 출발했단다.
우리가 거의 세시에 출발했으니 대략 한시간 정도 빨리 진행했지만...
거리상으로 보니 우리가 약 한시간 정도 더 많이 진행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가파른 내리막을 내려서서 약 1키로 정도 진행하니 연칠성령...
예로부터 삼척시 하장면과 동해시 삼화동을 오가는 곳으로 산세가 험준하여 난출령이라고 불리웠고, 이 난출령 정상을 망경대라 불렀는데, 그 이유는 인조원년 명재상 택당 이식이라는 분이 중봉산 단교암에 은퇴하였을 때, 이곳에 올라 서울을 사모하여 망경한 곳이라고 전해지는 곳...
나도 한번 망경하고 싶지만, 짙은 안개에 아무것도 안보이니 그냥 진행...
다시 가파른 된비알을 올라채고 낯익은 고목을 지나니 통신탑이 있는 청옥산(1403)이 나타난다.
북으로는 고적대와 동으로는 두타산과 연결되어 해동삼봉 중의 하나로 예로부터 보석에 버금가는 청옥이 발견되고 약초가 많이 자생하여 청옥산이라 불리웠다고 한다.
그런데 짙은 안개속에 혹시나 기대했던 선두는 보이지 않고, 아무도 보이지 않는다.
헐~!
오늘 선두는 쉬지도 않고 질주했나보다.
그런데 내 인증샷은 어떡하나...
고민하다보니 문득 샘터를 향하는 이정표가 눈에 들어온다.
그래 이 아래로 20미터만 내려가면 샘터가 있다고 했지...
그냥 멍청하게 후미를 기다리느니 재빨리 가서 물을 담고 올라오면 얄개형님이도착해 있을거고, 그러면 다시 인증샷을 서로 찍어주고 난 또 다시 도망을...ㅋㅋ
대충 그런 시나리오를 그리면서 아래로 내려가는데...
젠장...
20미터는 무슨...
50미터도 넘어보인다...
더구나 가파른 내리막...ㅠㅠ
일단 물을 떴으나 다시 올라갈려고 하니 까마득하다...
그냥 두타산 방면으로 갈까 하다가 그래도 인증샷에 대한 미련이 남아 청옥산으로 올라챘다.
그런데...
얄개형님은 보이지 않고 특부형님이 보이신다.
같이 인증샷을 찍고 있는데, 이번엔 쿠키누님까지 가세...
헐~!
어떻게 된거냐고 물으니...
마바르대장님이 딴청피울때 그냥 먼저 와 버렸다고...ㅠㅠ
갈수록 선두와 멀어지는 것도 그렇지만 얄개형님마저 앞질러 갔다고 생각하니 조바심이 났다.
다소 속도를 높여 진행...
그러나 이어진 길은 바위가 널부러진 너덜길...
바로 이런 길 때문에 두타 청옥 구간을 힘든 구간이라고 하는구나...싶다.
문바위재를 지나고 박달재를 지나고 한참을 진행하니 앞서가던 얄개형님 부부를 다시 만나고...
그 이후 우린 끝까지 동행해서 계속 진행하여 드디어 오늘의 마지막 봉우리 두타산을 맞이한다.
이어 인증샷을 날리고
마지막 봉우리도 올랐으니
이제 간식을 먹고 가자며 꽃잔디님께서 배낭에서 먹을 것을 엄청내어 놓는다.
지난 구간 선두그룹에서 얻어먹은 것 보답하려고 쌓아 왔다는데 선두그룹과 떨어졌으니 그냥 우리 셋이서 먹자고...
나야 뭐 감사할 따름...ㅎㅎ
그런데 나오는 음식들 모두 꽃잔디님 배낭에서 다 나온다.
이 많은 것을 결국 형수님이 다 짊어지고 왔다는 얘기...?
하며 얄개형님을 쳐다보니 ...
그래도 무거운 식수는 내가 다 짊어지고 왔다네...
하고 얄개형님이 변명아닌 변명을 한다...ㅋㅋㅋ
이정표를 보니 댓재까지 남은 거리가 6.1키로 남았다.
현재시각 11시55분...
현재까지 진행시간 08시간 58분...
그러나 내리막길이 대부분인 이 길은 대략 1시간30분정도면 되지 않을까 예상하며 다시 질주를 시작한다...
통골재를 지나고...
명주목이도 지나고...
거의 500여미터 마다 있는 이정표를 확인하며 순조롭게 진행하는데 햇댓등을 200여 미터 앞둔 지점에서 맥주를 가지고 올라오신 선두그룹인 거보대장님과 들플형님을 만난다.
벌써 선두가 이렇게 빨리 올라오시다니...ㅠㅠ
오늘 내가 너무 여유를 부렸나 보다.
어쩐지 ...ㅠㅠ
카메라를 켜고 사진도 찍으면서 산행도 빨리하기는 아직 내가 수준이 많이 부족하지...ㅠㅠ
마지막 봉우리 햇댓등을 찍고, 나머지 음료수를 다 마시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날머리인 댓재에 내려서니,
먼저 온 지그림자형님과 허구현님, 그리고 버팔로다형님과 아카데미님이 우리를 반겨준다.
이윽고 날머리에 있는 표지석에서 인증샷을 찍고 흙탕물에 만신창이가 되어 있는 바지와 신발을 정리하고 있는데...
어랍쇼?
쿠키누님과 특부형님이 나타나고
뒤이어 매뉴얼형님과 경태형님이 보이는가 했더니
불과 몇 분 차이로 거보대장님 짝꿍인 슈퍼맘님께서도 나타나신다.
그런데 애뫼형님은...?
뒤에 쳐졌단다. ㅠㅠ
헐~! 이런 이변이 있나.^^
이어 바위올린님과 여래향님 푸른향님 홍원님 아끼라님 에코회장님 온당님 바위산형님 으뜸상수형님 애뫼형님 등 줄줄이 나타나신다.
이건 뭐 내가 숫제 선두그룹을 형성한 것이 아니라 후미그룹에 근소한 차이로 쫓기고 있었던 상황인 듯...ㅠㅠ^^
맨 마지막으로 가을양님과 천문대장님이 도착하고 이번 구간의 대단원의 막을 내리니 12시간이 채 안되었다.
아니 12시간이 안되었다기 보다 11시간이 조금 넘었다.
두타 청옥구간...
설악산과 함께 최상의 난이도를 가진다는 구간...
그러나 ...
이미 진고개에서 대관령을 지나 닭목령까지 40키로...
닭목령에서 삽당령을 지나 백봉령까지 32키로를 완주해낸 우리에겐
더이상 최상의 난이도라는 명칭이 무색해지는 순간이다.
어쩌면 다음 구간인 댓재에서 피재를 지나 싸리재까지 34키로구간과 비교할 때도 난이도가 비교될 수 있는 평이한 구간으로 전락되어야 할 듯...ㅋㅋㅋ
반대로 얘기하면 그만큼 우리 모두 대단한 체력을 갖추게 되었다는 반증...^^
오늘도 이렇게 한 구간을 마무리한다.
모두모두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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